보통 영화냐 책이냐를 놓고 뭐가 좋고 부족한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자체로 생산적일 수 있는 논란거리고 과도하지만 않다면 각자의 기준을 피력하기에 제법 괜찮은 대상이기도 하다. 말미에 다시 적겠지만 바이센테니얼 맨이라는 작품을 대하는 순서는 영화를 먼저 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한다.
1999년에 개봉한 영화의 원작인 이책은 아마도 영화에 힘입어 2000년도에 다시 출간된듯하다. 원작이 집필된 것이 1976년, 최초 번역은 1980년이라고 하니 참으로 오래 사랑받은 작품이지 싶은데 21세기나 되어서야 영화나 책을 접하게된 것이 사뭇 아쉽기도 하면서 이토록 오래 이어지는 작품의 힘이 놀랍기도 하다.
내용은 다 아시다시피 우연과도 같은 확률로 예술성의 싹을 보인 양자두뇌의 로봇이 그가 가진 것을 이해하고 놀라워하며 키워주려는 가족의 보살핌속에서 성장하여 인간이고자하는 욕망을 이루기 위해 필멸을 선택하는 앤드류씨 - 혹은 마틴 박사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잘 알려진 문구가 있다.
이것이 인간의 존재 인식에 대한 고찰이라고 한다면 인간성에 대한 것은 어떻게 물어야 할까? 어찌보면 이 소설은 인간이고자 하는 로봇을 통하여 인간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요건을 해부해보는 일종의 사유서라고도 볼수 있겠다.
이 것은 영화와 다른 줄기로 흘러가게되는 작은 아가씨의 사후부터 가속화되는데, 여행을 통한 경험과 새로운 기술의 우연한 발견을 통하여 결말로 흐르는 영화와는 달리 자아성찰에 가까운 로봇 3법칙과의 끝없는 사유와 기술에 대한 탐구를 통하여 물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인간의 신체적 조건을 하나 하나 확립해 가는 과정을 통하여 결말로 흐르는 소설과의 차이를 통하여 더 확실하게 볼 수 있겠다.
영화가 여행이라는 낭만적위에 작은 아가씨 후손과의 사랑 얹어 감동을 자아내고 앤드류씨의 목표를 다듬어 결말을 버무려냈다고하면 소설은 그저 앤드류라는 객체가 인간으로서 인정받기 위하여 논리속을 방황하고 자신을 개조하며 사회와 부딫혀가는 투쟁의 시간을 보여준다.
로빈 윌리엄스의 깊숙한 연기만으로도 영화는 가치있지만, 유기질인 인간에 대한 무기질로부터의 성찰이라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소설을 한번 읽어보는 쪽을 권하고 싶다. 물론 후반부의 성찰과 개조가 이어지는 부분은 조금 지루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먼저보고 결말로의 과정을 비교하면서 진행한다면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영화를 먼저보는 것이 좋다고 보인다.
지루하다고 놓아버리기엔 논리적 무기체가 비논리적 유기체를 갈구하는 과정속에서 생각할 만한 것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겠다.
p.194 "할 말 없어, 앤드류? 받아들일 만한 조건이야?"
앤드류는 거의 일 분 동안 망설였다. 제1원칙에 위반되었다. 폴이 그 회장에게 요구한 것이 거짓말, 협박, 인간에 대한 괴롭힘과 모욕으로 해석되었기 떄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육체적인 상처를 입히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육체적인 상해는 없었으니. 마침내 그는 가까스로 말할 수 있었다.
"그래."
p.206 "죽음은 인간에게는 자연스런 현상이야. 나도 그것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어, 폴."
"아냐, 넌 이해를 못해. 넌 정말로 못해. 그걸 네가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넌 지금 죽음은 우리 몸에 잘못이 있어서 발생하는 슬픈 현상이라고 속으로 생각할 거야. 넌 그 잘못을 무엇 때문에 고칠 수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네 생각은 닳아빠지거나 고장난 부품을 교환하는 것에 불가하지. 네가 그래왔으니까. 심지어 몸 전체를 바꾸기까지 했으니까."
p.282 "그래요.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요. 왜냐 하면 당신은 궁극적으로는 당신의 양전자두뇌에 의해서 통제되는 논리적 피조물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떤 기능 향상도 당신의 사고작용을 우리들이 가끔씩 그러는 것처럼 변덕스럽게 만들진 못할 거에요. 비합리성의 실제 깊이는 당신의 이해를 넘어서 있죠. 단지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일 뿐이죠. 당신은 대부분의, 그러니까 가장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주 인간적입니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문제가 되고 있는 게 그들의 이해 관계가 걸린 거라고 믿게되면,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합리성에서 멀어지게 되는가를 당신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p.319 "만약 그렇게 해서 인간이 될 수만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오. 그러나 만일 인정받을 수 없다 해도, 글쎄 적어도 나의 이 무모한 노력과 고통이 끝나지 않겠소? 그것도 또한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
"고통이라고요?"
"그래요, 고통! 내가 아픔을 전혀 느낄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소, 리싱?"
그때 리싱이 한 행동은 앤드류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놀라게했다. 그녀는 조용히 흐느껴 울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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