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퐁당퐁당/담은것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포일러_at 디즈니플러스)

(이미지출처 : TMDb)

디즈니 플러스 구독의 시작을 샹치로 해보았습니다. PV정도만 시청했던 터라 열개의 링을 활용한 액션이 좀 기대되는 정도로 시작해보았습니다. 장면장면 유명한 중국 영화들에 대한 복습을 하는 느낌을 받아 영화를 많이 보신분들이라면 더 즐거운 부분이 되었을 것으로 보였으며 굳이 대형건물 비계를 대나무로 설정하는 등 동양적 헐리웃 액션물이라는 것을 잡아보려고 노력한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이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얼개는 명확합니다. 악당인 웬우가 아버지가 되면서 손을 씻으려하였으나, 군림했던 과거(중 아주 작아보이는 조직하나)에 의하여 아내가 살해당하게 되고, 다시 텐링즈를 조직해 복수와 공포의 기치를 세웁니다. 아내에 대한 결핍을 파고든 다른 차원의 악이 그를 꾀어 본인의 해방을 목적으로 이용하려하지만 일이 다 벌어지고나서야 그것을 깨닳고 아들을 구하려 본인을 희생하고 링을 물려준다는 이야기지요. 복잡하게 하려면 답도없이 얼기설기 얽힐 수 있는 복수와 은원이라는 테마는 모두가 은원에 휩싸이고 모두가 죄인이 되어 복수의 대상에 자기자신마저 올려놓아야하는 아픔으로 묘사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액션물이라고하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사건의 전개는 있지만 그 사이의 개연성이 희박합니다.

러닝타임이 2시간 14분이었는데, 편집으로 너무 많이 날려버린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물의 감정이 점프하는 기색이 완연했네요. 주로 웬우가 중심이 되어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두시간 동안 몇가지라도 명확하게 표현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만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천년을 살아온 웬우의 삭막함과 권태를 가 더 깊숙하게 그려졌으면 더 좋았을 듯합니다. 천년을 이어온 그의 조직을 멈추는 것에 대한 결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붙은 과거의 폭력에서 오는 절망과 분노로 이어져 다시 링을 꺼내는 사건에 무게가 실리지 않았을까요?

치솟은 분노만큼이나 따라붙은 복수에 대한 공허함, 그리고 묻어두었던 천년의 권태를 더 표현해 주었어야 탈출구로서의 아내에 대한 그리움의 틈을 비집는 드웰러의 유혹이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되었을텐데요. 천년의 경험이 환각과 환청같은 애매한 유혹 깨져버리는 것, 드웰러의 봉인과 링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굳이 링을 이용하여 드웰러로부터 탈출하지 않고 샹치에게 링을 물려주고 사망하는 것 또한 절망과 권태 끝에서 삶의 의지가 마모되는 것으로 묘사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합니다.

어쩌면 만들고보니 이 영화가 샹치가 아니라 웬우&샹치가 되어버려서 웬우의 서사를 최대한 들어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눈먼 화살 한방에 모든게 끝나버리는 액션의 전개를 생쥐가 우주를 구한 것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더군요. 링에 대한 해석과 그것을 활용한 액션은 훌륭했습니다만, 그게 전부입니다. 사실 마블의 서사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었다면 잘 버무려진 2시간 짜리 액션영화로 괜찮았을 수 있겠습니다만, 마블이라고 하는 프랜차이즈에 올려놓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않아보였던 영화였습니다. 총총.

반응형

'퐁당퐁당 > 담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슬아슬  (0) 2021.12.31
눈사람  (0) 2021.12.24
담쟁이 _ 가을  (0) 2021.11.16
트루 디텍티브 :: se01 (at watcha)  (0) 2021.09.24
황비홍 _ 매직 칠리  (0) 202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