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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비소설

백석 평전 _ 안도현 _ 다산책방 _ 초판11쇄

(이미지출처 : 알라딘)

백석이라는 이름은 몇 편의 시와 약간의 지식만으로도 단단하게 자리잡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실 백석 시인의 시라고는 꼴랑 두어개나 접해보았을까말까 할테지만, 유명한 사람들의 수 많은 칭송들이 작은 지식의 개울을 넘어 저라는 척박한 터에 흠모를 심어둔 것이 분명할 터입니다. 백석의 시는 많이 알지 못하지만, 백석을 다룬 뮤지컬은 한 편 본적이 있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모습이 좋았고 노래와 연기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름모를 이들이 나린 막연한 흠모가 싹을 틔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평전이라는 낯선 이름과 안도현이라는 무게감있는 이름보다도 백석이라는 이름이 적혀진 하얀 책이라는 점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식보다는 느낌으로 충동구매한 것을 보면 싹이 제법 잘 자라기는 했나봅니다.

책을 펴기전에 차올랐던 호감에도 불구하고 책은 매우매우 천천히 읽혔습니다. 익숙치 않은 방언과 시간을 오락가락하는 사건들, 지은이의 열정에 흔들흔들 거리다보면 몇 발자국 나가기가 힘겨웠든요. 그냥 접을까 하다가 어느정도 포기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인물은 흘려보내고 많은 방언을 무시하고 말맛과 맥락만 따라가기로 말이죠. 그러니까 어느정도 읽을 만해진 느낌으로 흘러갔습니다. 평전이라는 형식이 원래 이런것인지 초심자로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지요.

책은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백석이라는 시인의 삶을 가급적 근거를 가지고 해석하려하고 있으며 빈 부분에 대해서는 삶의 맥락을 따라 상상하려고 노력하고있습니다. 다만 읽는 이보다도 지은이가  가지는 백석에 대한 애정이 끈적하게 묻어나는 부분은 때로는 흐뭇하고 어디선가는 불편하기도 했지요. 특히 사회와 유리되어 허공을 노니는 모습을 애써 침착하게 설명하려는 모습같은 부분들이 그랬습니다.

소위 천재라고하는 자들이 독자적 영역에 매몰되어, 사회적 합의점을 외면하고 결과로만 인정받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이런 사람들이 상식을 타파하는 업적을 이루는 건가 싶기도하면서도 때로는 욕망에만 매몰된 짐승같은 모습처럼 느껴져 어딘가 찜찜하게 느껴지는 구석도 있습니다. 결과물이 없었다면 이들은 그저 사회부적응자로서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만 하는 사람으로 남았을지도 모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찬란한 결과물은 그들의 기행과도 같은 행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위대하기도 하다는게 참 대단하다면 대단한 일이겠습니다.

백석을 사랑하는 사람이 갈무리한 백석의 삶은 작품보다는 과정을 바라보게 만들어 저에게 쌓여있던 그에 대한 환상을 많이 치워내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눈을 가늘게 뜨고 백석이라는 이름을 바라보는 저이지만, 시집 사슴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깊이 들기는 한것을 보면 훌륭한 평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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