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커갈수록, 정확히는 말이 통하는 것 같을수록 더욱 갑갑해지는 부분이 있는듯합니다. 아이가 나와 같은 몸집도 예의에 대한 경험치도 없다는 사실이 자꾸 휘발되고 나는 말을하는데 왜 알아들으면서 안해주지? 에 대한 답답함만이 진득하게 남아서 괴롭히죠. 정말 하찮은 것들. 밥. 화장실. 양치같은 너무 사소한 것들에서 감정을 드러내고야 말고 그 이후에 밀려드는 자괴감은 하루하루를 갉아먹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답답함에 여러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곤 합니다. 물론 어떤 책에도 명확한 명제로서의 문장은 적혀있지 않고, 제법 잘 정돈된 방법이라고 한들 내 아이에게 맞는 해결법이라고 하기도 어렵죠. 그 두려움과 자괴감에서 피어나는 일말의 희망을 담아 자꾸 책을 찾게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몇몇 페이지를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한 편이고, 제법 두꺼운 책인것 같은데 읽은게 없는 것같은 생각을 주기도하죠.
이책 아빠의 대화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12년에 나온책임을 감안해야겠지만, 소위 위인전에서나 나올법한 사례들이 제법 나오는데 그 중 잘못되거나 다르게 전파된 이야기를 담은것도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초반부와 후반부는 제법 선언적인만큼 와닿는 부분이 있었으며 중간중간 곰씹어볼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책의 판형에 비하여 폰트가 크고 줄간격이 광활하여 약간 조밀하게 편집했다면 절반의 두께로도 만들 수 있었을 책으로 보이며 괜찮은 의도에 비하여 예시로 제시해주는 문장들이 지금 읽으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저의 아버지 세대에서 더 어울렸을 법한 표현으로 다듬어져 있어보이기도합니다. 그런 표현들에 발목잡히지 않고 훌훌 넘기면서 보기엔 나쁘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이 아이를 대단하게 키우기 위함을 말하고 있지만, 실상 내용은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읽는 분들의 생각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에겐 오히려 그런 목표를 아이에게 부여하고자 함이 썩 좋아보이진 않기도 했습니다.
좋은 문장이고 필요한 부분인듯한 꼭지와 내용이 나오면 따라붙는 예시나 설명이 그 무게를 희석시키는 느낌이랄까요? 강의를 책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부정적인 의미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적절히 비중을 나누어서 편하고 빠르게 훑어보기엔 나쁘지 않으나 굳이 또 찾지는 않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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