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역에나 진입장벽은 있습니다. 그 영역에서 통용되는 단어, 어휘들과 같이 표현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어찌저찌 표현에 익숙해지면 맞닥뜨리는 내부 질서는 산너머 산이고 갈래따라 보이는 끝없는 갈래들이죠. 하지만 너무도 일상적인 영역에서 자주 만나지만 그 내면이 너무 복잡스러워서 이해를 포기할 지경이 되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미술. 조각, 회화, 판화, 행위예술 등등 미술은 그 갈래도 알기 어렵고 기법이며 방식도 가지가지 인데다가 표현을 넘어 의도가 뭐라더라 하면 이제 남은 카드는 포기뿐이죠. 그래도 미술관이라는 건축물이 가지는 상징적인 아름다움과 내부 공간에서 표현되는 빛과 집중도는 미술품의 가치를 떠나서 매력적이기 때문에 기왕 간다면 하나라도 알고 갔으면 하는 욕심이 들어 이 책을 골라들게 되었습니다.
책은 크게 역사-작품-예술가-감상자 네가지 챕터로 구분합니다. 역사는 말그대로 미술사와 그 미술사를 이끌어나갔던 작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여러가지 헤프닝을 섞어 발랄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며 실제 교수님들이 참여해서인지 비교적 단순하게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잘 안배되어있는듯 했습니다. 물론 이 책의 얇은 두께를 보면 펴기도 전에 알수 있겠지만 매우 좁은 영역의 역사와 국가와 인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문외한에게는 이 또한 협곡과 다름이 없습니다.
역사와 작품까지에서 주로 설명하고자 했던 부분은 어떻게 소위 현대미술이라는 분야까지 흐름이 이어져왔으며 그것을 어떠한 '안경'을 쓰고 바라보아야 조금은 도움이 될런지에 대해서 설명해주려고 애씁니다. 그 노력은 예술가 챕터에서도 작가와 작업, 작품과의 관계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이어지고 마지막 감상자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시각과 이해를 요구하며 마무리하게 됩니다.
한두번쯤 편하게 읽어두면 다음의 경험에 분명히 도움을 줄만한 효용을 가진 책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대미술에 달하는 과정을 통하더라도 그들만의 이해와 그들만의 공감을 통해서 인정되어지는 평가와 가치에 대해서는 쉽게 다다를수는 없었지만요. 종교와 신화라는 범세계적 주제와 역사라는 현실적인 가치들이 표현되어 보편적인 당위성을 발휘하던 옛 작품들와 다르게 개별적이고 독특한 심상과 재산으로서의 감정액이 섞여 형이상을 표방하며 저멀리 떠다디는 요즈음의 유명작품들은 보편이라는 단어와는 최소한 지구와 달만큼은 떨어져있는 것만 같습니다.
p.54 이 '야수'들이 바로 표현주의의 창시자들이다. 표현주의는 추상미술로 가는 두 번째 단계로, '표현주의'라는 이름에서부터 인상주의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라틴어 어원으로 볼 때 '인상(impression)'은 '안으로 누르다'라는 뜻인 반면, '표현(expression)'은 '밖으로 누르다'라는 뜻이다. 즉, '인상주의'란 대상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표현주의'란 대상을 보고 내면에서 느낀 것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화가 파울 클레는 이렇게 말했다. "미술이란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려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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