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연, 종교 등에 관한 광범위한 우화로 가득찬 아름다운 소설이자, 보고싶은 것만을 인지하고 듣고 싶은 것만을 이해하는 인식의 편협함에 대한 충고이며, 언덕에 올라 세 종교의 그릇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내려다보며 한걸음에 세갈래 길을 걸어갈수 있음을 부정하는 도착지에 대한 원망이자, 그가 헤메었던 잔혹하고 아름다웠던 바다 위가 혹시 지금 살아가는 사회는 아닐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비유를 비유인 채로, 신을 신인채로 두지 못하고 보편적 인식의 깔대기에 걸러 '이해'해야만 하는 불안한 군중심리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풍부한 이야기, 넘쳐나는 생각할거리들. 느껴보시라. 영화를 보고 읽어도 좋고 읽고 영화를 감상해도 포만감에 흡족한 시간들 되시리라.
* ... 죽음은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삶에 꼭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 - 시기심 때문에 달라붙는다.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죽음은 시샘 많고 강박적인 사랑을 거머쥔다. 하지만 삶은 망각 위로 가볍게 뛰어오르고, 중요하지 않은 한두 가지를 놓친다. 우울은 구름의 그림자를 지나칠 뿐이고, ...
* ... 한때는 의심도 쓸모 있는 법. 우리 모두 겟세마네 동산을 거쳐야 한다. 예수가 의심했다면 우리도 그래야 한다. 예수가 기도하며 분노에 찬 밤을 보냈으니 , 십자가 매달려 '주여,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울부짖었으니, 우리도 의심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나아가야 한다. 의심을 인생철학으로 선택하는 것은, 운송수단으로 '정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 ... '귀엽다' '상냥하다' '헌신적이다' '명랑하다' '영리하다' 고 말하는 동물, 그것들은 장난감 가게와 어린이 동물원에 조용히 숨어 있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도 수두룩하다. 그것은 '사납고' '피에 굶주리고' '비열한' 동물이라고 정신병자들이 적의를 불태우는 동물들의 짝이다. 사람들이 지팡이와 우산으로 찔러대며 모욕하는 동물들의 짝. 어느 쪽이든 우리는 동물을 보면 거울을 본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보는 강박과념은 종교학자뿐 아니라 동물학자에게도 독인 것을.
* ... 사회적으로 열등한 동물이 주인과 사귀기 위해 가장 끈질기게 노력한다. 그들은 주인에게 가장 축직하고 가장 필요한 동반자임을 증명해 보인다. 주인에게 도전하거나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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