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해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다. 머리가 굵어져서인지, 경험에서오는 반동인지, 생각하는 인간이고 싶어서인지는 확실하게 말할수는 없다. 상실에 대하여, 불의라는 것에 대하여 혹은 그런 것들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해도 생각만을 되뇌이고 있다. 여기 그보다 더 넓은 범주의, 시간선 위를 흘러가는 영장류가 삶속에서 느낄 수 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우화가 있다.
인간은 왜 이렇게 못되 처먹은건일까? 인간은 왜 죽음 앞에서 당당하기 어려운것일까? 죽음은 망자의 아픔인가 남겨진 자들의 아픔인가? 도대체 그런 아픔에, 사랑에 경중이 있는것일까? 경중이라는 것이 부피인가 질량인가? 애초에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 정리할 수 없는 정의에 대하여 철학자는 늑대와의 삶과 함께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려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한권의 우화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 사람의 고백처럼 느껴지기도하여 소설처럼, 연극처럼 쉽게 와 닿는다.
두 번쯤은 읽어보시라. 당신 머리속에 침찬해있던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확실하게 존재했던 질문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112 근거 · 증거 · 정당화 · 보장. 정말 사악한 동물들에게만 필요한 개념이 아닌가? 불만이 많을수록 더 사악해지고, 화해에 무감할 수록 정의는 더욱 필요해진다.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영장류만이 도덕적 동물이 되기에 출분할 만큼 불만으로 가득하다.
p.141 진정한 인간의 선은 아무런 힘이 없는 이들을 대할 때 발현되듯이 약함, 최소한 상대적인 약함도 인간 악의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인간의 근본적인 직무유기가 나타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다른 존재의 나약함을 조작하는 동물이다. 늑대를 잡아서 개로, 들소를 잡아서 소로 길들이고 종마를 잡아다 거세시킨다. 이렇듯 인간은 동물을 약하게 만들어 이용한다.
p.150 신념이 강하다는 면에서 보통과는 다른 독특한 철학자 동료가 있었다. 그는 항상 학생들에게 '오물이 튀어 봐야 믿는다'고 말하곤 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사고가 터져 봐야 사람들은 신을 찾는다. 사고가 터질 때 나는 작은 새끼 늑대를 생각한다.
p.177 브레닌은 도덕적 수동자이지 도덕적 행위자가 아니었다. 브레닌은 자신이 한 행동이 뭔지 몰랐고, 그래서 잘못했다는 생각도 없었다. 녀석은 그냥 밖에 나가고 싶었던 것뿐이다.
p.247 브레닌이 죽어 가던 그때 나는 지옥을 생각했다.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늑대를 고문해야 했다. 이것은 테르툴리아누스의 이상한 천국처럼 이상한 지옥이다. 테르툴리아누스의 천국에는 증오심에 찬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내 지옥은 사랑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나는 믿고 싶다. 남을 증오하는 사람들은 절대 천국에 가지 못하고, 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절대 지옥에 갈 수 없다고. 하지만 내 안의 결과주의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p.249 사랑에는 여러 얼굴이 있다. 사랑한다면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 본질적으로 필리아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어 하는 것보다 훨씬 가혹하고 잔인하기에. 필리아의 꼭 한 가지 필요조건은 감정이 아닌 의지이리라.
p.267 죽음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나쁜 것일까?
p.318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배우기 어려운 교훈은, 삶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의 피조물이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순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영장류가 삶에 대한 그럴듯한 의미를 찾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것이다. 순간은 영장류가 절대 소유할 수 없는 대상이다. 순간은 욕망하는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손을 뻗쳐 통과해 버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유는 순간들을 지워버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소유하려 하고, 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이간의 삶은 하나의 거대한 땅 따먹기 이다. 순간은 우리가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항상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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