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사야지 했다. 잠시 라디오에서 머물다가 훌쩍 떠난 김한민이란 그림작가분이 책을 한권 펴냈노라고 같은 라디오에서 전해왔을때 그랬다. 오래 지나지 않아 한번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좀더 채워서 결재해야겠노라며 미루었다. 그렇게 한참을 흘러 소개받은 책들을 골라담다 '~이상 사시면 ~쿠폰 사용가능'이라는 달콤한 벽에 들러붙어 뒹굴다가 달달한 뇌리 저 너머 안개속으로 책섬이 두둥실 올랐다. 배송은 가혹할 정도로 신속하여 머지않아 책을 받아들게되었고, 낮잠을 오래잔 탓에 잠이 쉬이 오지않던 그주 토요일밤에 드디어 펴들게 되었다. 150여 페이지의 가벼운 책이고, 그림과 함께 건네오는 문장들은 한적하기 그지 없었지만, 글쓰는 아니 책짓는 사람들의 이유없고 고단한 여정의 묘사들이 켜켜이 쌓여 마지막 해안가에서 소름돋는 경외로 곤두섰다.
빨간책방이라는 곳에서 한동안 다루던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유사하지만 또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접할때마다 새롭고 높아보여 고독해보이기까지 하는 것이 매일보는 하늘의 다르게 빛나는 별과 같아 멀기만 하다.
좋은 라디오를 들려준 것에 대한 보은과 그림책에 대한 향수, '책섬'이라는 단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볍게 집어들었지만 역시 좋다는 책은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닿는 한권이다. 베스트셀러만 쫒는 것이 아니라 믿음직한 사람들의 호의를 따라가는 것을 미룰 필요는 없는것이다. 세상엔 너무 책이 많아 도서관이 절실함이며, 도서관 옆 집값이 교통수단 옆보다 비싸야하지 않을까 하는 잡상도 들어찬다. 쓸데없고 즐거운 고민으로 이 밤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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