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웹툰을 하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다음웹툰에서 최근에 완결된 '태양의 시'라는 웹툰입니다. 시즌 세개를 거치며 제법 장기간 연재된 웹툰인데요. 시즌1까지 보고 잠시 놓았다가 최근 완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처음부터 정주행해보았습니다. 처음 접했을때는 모험을 중심으로한 여행기같은 웹툰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완결을 맞아 처음부터 천천히 따라가다보니 첫인상과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마무리되는 작품이더군요.
가족이던 형을 병역으로 떠나보내고 사냥꾼 마을에서 의원생활을 하던 아진은 떠돌이처럼 보이는 계유라는 자를 만나 어둑서니에게 쫒기는 몸이됩니다. 다만 약간의 도움을 주려다 휘말려버린 다소 억울한 상황의 아진은 자신을 따라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계속해서 어둑서니에게 쫒기게 될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리봐도 어둑서니는 계유를 쫒아온 것이고 아진은 억울한 피해에 발이 잡힌 꼴인데도 아진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계유와 함께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어둑서니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겠지만, 마을에 번질 피해와 그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 등을 고려했을때 그 선택은 너무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소재로서 너무 전형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마치고 돌아보면 아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적절한 묘사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아진으로 시작하여 어느새 다른 인물을 타고 흐르게 됩니다. 태왕이라고하는 국가의 기반과 벼락과 불이라는 실존적 상징, 출신과 계층에 대한 작중인물들의 해석과 극복은 도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확장하여 서사시에 가까운 부피로 늘어나게 합니다. 어쩌면 불이라고 하는 이능에 대한 관점이나 취급은 X-man에서 자주다루었던 주제와도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벼락이라는 관료의 힘과 불이라고하는 주술사의 능력을 상하를 주어 배치하고도 상황으로 길항하게 함으로서 '덕(德)치'라고하는 세계관 속에서 뛰놀게 함으로서 각종 이능들이 캐릭터를 대표하지않고 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이야기를 아진과 계유를 한참떠나 부풀어서 위사문, 소흑달 등의 여러인물을 타고 흐릅니다. 성공적인 서사시가 그렇듯 용도와 목적이 명확할 경우, 캐릭터의 사망 또한 이야기의 요소로서 지체없이 적용됩니다. 잘 조율된 캐릭터의 명확하고 날카로운 사망은 이야기가 한참이나 흐른 뒤에도 읽는 이로 하여금 요소요소에서 인물을 추억하고 돌아보게 만들게 됩니다. 스쳐흘러가는 등장인물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인물들이 제법 단단한 바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인것으로 보였던 아진과 계유의 부재또한 작의 흐름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작가님의 장편데뷔작이라고 보았던 기억이있습니다. 장기연재답게 작화도 변하고 표현도 늘었지만, 처음부터 꾸준히 유지하는 담백한 색감과 선택적 묘사생략은 연재를 이끌어가는 작가님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서사시로 이르게 되는 작품의 분위기와도 잘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과한 생략이나 작붕이라고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이정도로 이야기위주의 만화라면 힘을 빼는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설정이 꼼꼼하고 단단하기때문에 초반의 많은 궁금증들에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요소는 다 풀어주면서 마무리가 되기때문에 차분히 흐름을 따라 읽어가시면 좋은 재미를 거두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짜피 완결까지 다 풀려있으니 그저 시간만 투자하시면 궁금함에 발구르실 일도 없을테니까요. 넓게 흐르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이번 추석연휴에 완주하시기에 모자름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되고, 추천드립니다. 언제까지 무료에 머물러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추석까지는 유지해주시겠지요?
작가님의 차기작을 기다립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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