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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비행운 _ 김애란 _ 문학과지성사 _ 초판 3쇄

사는 게 이딴 거라고 말해주던 필립로스의 울분을 건너 가볍게 지나보낼 요량으로 집어든 소설집에서 판타지를 건너 삶속으로 진득하게 파고드는 내시경 하나를 건져, 고개를 돌린채로 내 안을 바라보게 된다. 차마 옴겨적기가 민망할 정도로 정확하게 나의 일부(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은)를 표현해주는 문장이 목구멍에 걸려 속이 쓰리다. 

지하철에서 UMC와 이선희씨의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었는데 그 너머로 무얼 팔고 싶은지도 제대로 알수없도록 쉬어버린 갈린 목소리로 타월을 홍보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서른으로 이책을 마친 나에게 미묘하게 현실감을 앗아간다.

단편집은 마음에 드는 단편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라지만 비행운은 굳이 순서대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영화같은 앞편들을 지나 일기같은 마지막을 덮고 나면 가슴이 아픈건지 부끄러운건지 알수없이 혼란에 빠져 이 소설집이 운에 대한 것인지 구름을 말하는건지에 대해서 좌충우돌 정리안되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비행운
국내도서
저자 : 김애란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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