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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스토너 _ 존 윌리엄스 _ 알에이치코리아 _ 초판3쇄



최근에 비소설 몇권을 읽다 놓다 하면서 지지부진 시간을 보내다. 빨간책방에서 스토너를 다룬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들었다. 소설리스트(http://sosullist.com)에서 보고 지난달에 구입하여 책꽂이에 방치하고는 잠시 잊고있었는데 모처럼 맞이한 빨간책방 예습의 기회를 놓칠수 없어 한주 빨책을 쉬고 일단 스토너를 골라들었다.


결국 타고난 게으름에 두 주나 걸리게 되었다. 더디게 읽어나갔지만 읽는 순간만큼은 놀랍고 황홀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농가의 아이로 자란 그가 학문의 열병에 취해 급속히 변해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쉴새없이 굴러가지만 사실 사건 하나하나를 놓고보면 학자로서의 열정, 순간에 빠져드는 사랑, 전쟁과 친구, 정신없는 결혼, 동료로부터의 질투와 시기, 원만하지 않은 결혼과 육아, 도피와도 같은 사랑, 또 질투와 상처, 약간의 완성과 동시에 맞이하는 구렁텅이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는 한 개인의 일생이 400여 페이지에 걸쳐서 담담하게 흘러가게되는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주인공에게서 한걸음 높이 올라 관망하는 듯한 시점과 남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과같은 어투는 어울릴질 모르겠지만 일종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어 어느 순간부터 스토너를 바라보는 스토너의 입장이되어 그의 삶을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한다. 강직한 학자적 뿌리를 내린 인물의 특성은 그러한 이해를 도와주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꿈꾸는 듯한 결혼식 장면부터 읽는데 속도가 붙어 마지막까지 쭉 달릴수 있었는데 자신을 객관화하여 표현하는 독특함에 매료되어 종반에 있어서는 문득 독서에 방해를 받는 순간이오면 집중이 깨진 듯한 느낌에 불쾌해 질 정도로 빠져들고야 말았다. 이정도로 올해 깊숙하게 읽은 소설로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들수있을텐데, 소년이 온다를 읽을 때는 너무 빠져들어 허우적거리다 지쳐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면 스토너는 매력적이기 어려운 한 인물의 인생에 휩쓸려 기분좋게 떠내려가는 흐름을 끊는것이 매우 아쉬웠다.


대단한 기대는 권하지 않지만, 읽는다면 후회는 안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겠다.



p.95 그러고는 긴 침묵이 흐르더니 또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말했다. "신부에게 키스해!" 그는 자신이 몸을 돌리는 것을 느꼈다. 핀치가 그를 향해 활짝 웃고 있었다. 그는 이디스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 앞에서 빙빙 도는 그 얼굴에 키스했다. 그녀의 입술도 그의 것만큼이나 건조했다.


p.352 그 상실감, 그가 너무나 오랫동안 속에 담아두었던 그 상실감이 쏟아져 나와 그를 집어삼켰다. 그는 의지를 넘어 그 흐름에 휩쓸리는 자신을 내버려두었다. 자신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기억을 향해 미소 짓는 것처럼. 이제 자신은 예순 살이 다 되었으므로 그런 열정이나 사랑의 힘을 초월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너
국내도서
저자 :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 김승욱역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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