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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담은것

에놀라 홈즈 (Enola Holmes at Netflix)

(출처 : 넷플릭스)

  사실 홈즈라는 캐릭터는 어릴때부터 인식한 형사의 프로토타입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그랬는지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똑똑한 해결사 정도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썩 다듬어졌다고는 할수 없지만 어렸을 당시는 읽는 능력이 더욱 부족했었을 것이며 혼재되어있던 탐정이라는 이미지를 덮어씌워 읽었을 것이라 홈즈라는 캐릭터는 아이콘이었을 뿐 매력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BBC 드라마 홈즈가 준 충격적인 인물해석을 접하고 돌아보니 홈즈라는 탐사 기능인이 조금 다시보이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돌아와서 에놀라 홈즈입니다. 티저나 이미지로 볼때 동생으로 생각되는 에놀라라는 이름이 낯설어 조금 찾아보았더니 홈즈를 오마주한 원작소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BBC홈즈에 나왔던 유러스 홈즈의 재해석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완전히 다른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홈즈라는 창작물의 얼개와 기초 배경만 가져왔을 뿐 셜록홈즈와는 관련이 없는 2차 창작물의 영상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이 주인공으로 나섰다고하여 큰 고민없이 골라든 영화입니다. 추리를 기반으로 한 영화여서인지 대사량이 제법 많다고 느껴졌으며, 그중에서도 에놀라 홈즈는 관객을 향하여 직접적으로 건네는 대사도 많아 이러한 방식에 낯선 분들은 흐름이 끊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경쾌하며 시종일관 위트있는 기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엄마의 이유있어보이는 가출이라고 하는 사건에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홈스쿨링을 통하여 시대와는 다른 교육을 받은 에놀라를 출가한 뒤 가족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다른 두사람, 즉 마이크로프트와 홈즈에게 던져두고 사라진 것이죠. 여기서 마이크로프트는 이름만 차용했을 뿐 원작소설과는 상당한 차이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는데, 마치 시대의 남성상을 형상화해둔 인물처럼 작동하며 권위적이고 시스템에 철저하죠. 그는 남겨진 동생을 기숙학원에 보내어 소위 신부수업을 받게하려하고, 이에 반발한 에놀라는 숲 속 빵 부스러기처럼 암시와 함께 남겨둔 엄마의 힌트를 따라 가출이라는 형태로 스스로의 길을 걸어보려합니다.

  이야기의 얼개는 단순합니다. 전반 20분 정도까지 주어지는 키워드만 조합해도 엄마가 집을 떠난 이유역시 바로 떠오릅니다. 에놀라가 말려들게 되는 사건의 흑막이 조금 의외라면 의외였는데요. 이야기의 주제에 비하여 흑막을 단일화 한것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굳이 한명의 주동자로 몰지 않았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에요. 이야기가 단순한만큼 리듬감에 주력한 느낌입니다. 밝은 분위기와 위트는 그를 위한 장치겠지요. 결과가 명확하기때문에 결국 과정을 보는 셈인데요. 주인공 몇명을 제외하고는 홈즈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에 워싱이 가해져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유색인종 이야기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들의 화이트워싱을 뒤집어보는 시도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고 생각됩니다만 영화의 목표가 되는 사건이 실제 있었던 사건이며 역사적으로 지니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시대상에 몰입을 방해하는 면도 있어보였네요.

  영화는 그동안 제가 보아왔던 많은 '넷플릭스' 영화보다는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짜임새있어 보입니다. 등장하는 배우들의 면면도 상당하고요. 추리를 주요소로 삼고있는 것 치고는 어렵지 않은 플롯의 허점을 배우들이 잘 메꾸어주고 있다고 보였습니다. 다만, '에놀라'가 아닌 '홈즈'에 대하여 기대가 있으셨다면 그냥 보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는 오마쥬라고 하기에는 홈즈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로 보입니다. 홈즈라는 아이콘이 가지는 후광만 차용했을 뿐 아마도 여러분이 알던 홈즈나 그 구성원들은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쭉보고 황망한 마음에 조금 찾아보니 저작권관련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입더군요. 그만큼이나 코넌 도일의 원작과는 멀어져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죠. 

  줄이자면, 굳이 홈즈가 아니었어도 괜찮았을 영화로 보입니다. 원작이 따로있었다는게 놀라울정도로 말이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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