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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비소설

생각을 만드는 책 (Neues ABC - Boch) _ 칼필립모리츠(글)/볼프에를브루흐(그림) _ 아이들판 _ 초판4쇄

(이미지출처 : 알라딘)

아이가 태어나고나서 '괜찮아보이는' 책의 범위가 조금 늘어났다. 같이 읽어볼 요량으로 구입해보았는데 먼저 읽어보니 나로서도 한번에 읽어 접어둘 책은 아닌것 같아 놀라웠고, 아이는 아마도 전환기마다 한번씩 읽어주면 고마울 책으로 보인다. 

 

번역판 제목은 '생각을 만드는 책'이지만, 원제는 직역하자면 '새로운 ABC 책' 정도가 되는듯하다. 알파벳하나마다 한가지 단어씩을 고르고 그와 연관되는 짧은 글쓰기가 한 꼭지씩 붙어있다. 처음 ABC정도까지는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꼴라주에 가까운 그림은 난해하고 단어는 생뚱맞았으며 글도 단편적으로 보여서 잘못구입했나 싶었지만, 표지에 붙어있는 '2003년 구텐베르크상 수상'이라는 권위에 힘입어 조금더 넘겨보기로한다.

 

그래도 조금은 머리가 굵은 시점에서보면 알파벳은 전체적인 책의 이야기를 끌어나가기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닭이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책이 끌어내려는 삶의 태도에 대한 화두로서의 단어라기보다는 보조적 수단으로 해당 알파벳의 가장 가까운 단어를 기술하고 있고, 나중에 증보판 형식으로 붙었다는 그림은 단어와 이야기 사이에서 책의 질감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보였다. 

 

워낙에 오래된 책이라 지금에 와서 읽기엔 조금 간지럽거나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짧은 글속에서 아이들에게 삶의 방향성을 안내해주는데에는 아주 적절한 책이라고 보인다. 많은 책과 글들이 삶을 이야기하지만, 이 짧은 글들로 오감과 자연, 삶의 과정과 계층문제 속의 자세를 정리하고 이어가는 솜씨가 너무 담백하며 깔끔하다. 부모로서 아이가 이 책을 읽고 꺼내는 수많은 질문을 감내해야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인식자체를 끌어내기에 이 책은 아주 간결하고 예리하다. 또한 이렇게 심하게 압축된 문장들을 옮긴 번역또한 매우 훌륭하다. 'D'정도만 지나 책의 톤에 익숙해지면 이것이 번역인지 원서인지 분간할 생각조차 들지않든다. 

 

삽화는 조금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번의 글>그림>단어 흐름으로 읽었던 방식을 뒤집어 단어>그림>글의 순서로도 읽어본다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보며 짧은 책을 마무리한다. 책이 얇아 가볍게 느낄수 있지만, 짧다기에는 너무도 잘 압축되어 아쉬움도 느끼기 어려운 좋은 경험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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