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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

백석 평전 _ 안도현 _ 다산책방 _ 초판11쇄 백석이라는 이름은 몇 편의 시와 약간의 지식만으로도 단단하게 자리잡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실 백석 시인의 시라고는 꼴랑 두어개나 접해보았을까말까 할테지만, 유명한 사람들의 수 많은 칭송들이 작은 지식의 개울을 넘어 저라는 척박한 터에 흠모를 심어둔 것이 분명할 터입니다. 백석의 시는 많이 알지 못하지만, 백석을 다룬 뮤지컬은 한 편 본적이 있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모습이 좋았고 노래와 연기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름모를 이들이 나린 막연한 흠모가 싹을 틔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평전이라는 낯선 이름과 안도현이라는 무게감있는 이름보다도 백석이라는 이름이 적혀진 하얀 책이라는 점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식보다는 느낌으로 충동구매한 것.. 더보기
작별하지 않는다 _ 한강 _ 문학동네 _ 1판4쇄 이번이 네 권 째 한강 작가의 소설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희랍어시간 - 채식주의자 - 소년이온다 를 거쳐 이번 '작별하지 않는다.' 까지로 떠오르는 걸 보면 대략 맞는 것 같네요. 이번 책의 경우 책을 읽는 경험적인 면에서 지난 작품들과 비교 하자면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이 재밌어서 집었던 희랍어시간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조각한 표현과 갈아낸 묘사들이 가리키는 것이 인물의 내면인지 작가의 마음인지 창밖의 풍경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한다라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책의 전반부는 읽는데 오래걸렸습니다. 글이 어렵다기보다는 계속 길을 잃는 기분이들어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지요. 단 두명의 주요 화자와 한줌도 안되는 등장인물인데 화자의 속내를 들여다보다 지치기 일쑤였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첫 꼭지를 지나고나면 뒤는.. 더보기
잔혹한 어머니의 날 _ 넬레 노이하우스 _ 북로드 _ 초판1쇄 타우누스 시리즈는 묘하게 꾸준히 보게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어쩌면 좋게 보았던 한두편을 쌓다보니 등장인물과 시리즈에 어느새 애정이 쌓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최신작이 새로 나온것 같기는 합니다만, 오늘 언급할 잔혹한 어머니의 날은 사둔지는 제법 되었으나 잘 손이 안가 제법 묵혀두었던 책입니다. 그나마 집어들었던 1권도 읽는 데 제법 오래 걸렸습니다. 약간은 파편적인 여러 시점에서의 이야기 때문이었을지, 지지부진한 형사생활의 피로도 탓이었을지 아니면 책을 읽는 사람의 생활습관이나 피로도가 문제였을지는 모르겠지만 1권 후반부까지는 제법 오래걸렸습니다. 빌드업이라면 차근차근히 쌓아하는 구간이었을 것이지만, 이전의 시리즈에서는 보덴슈타인이나 피아의 삶 이야기와 함께 흘러가면서 큰 지루함 없이 읽었던 것만 같은 구간.. 더보기
나인폭스 갬빗 _ 이윤하 _ 허블 어떠한 세계관을 정립한다는 것은 참으로 장엄하고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의 현실조차도 수많은 의견과 이견속에서 여러가지로 해석되고 뒤틀리기 마련이기에 창작의 영역에서 세계관이 탄생한다는 것은 이제와서 보면 정말 고난한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환상소설이 그러하고 SF가 그러하겠죠. 특히 저에게있어 SF라는 장르가 주는 즐거움이란 있을법하지만 아직은 구현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상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SF를 선호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소설로는 최근에 본 것이 아르테미스 정도였습니다. 2018년이었으니 4년이 다되어가나보네요. 일단 달기지까지 구현했다고 치고, 다른 환경과 논리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지요. 아직 달 모양을 다양하게 보여주.. 더보기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_ 송주현 _ 낮은산 우연한 기회에 한 블로그에 닿은 적이 있었습니다. 입장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었던 충격에 이리저리 알아보다보니 따로 내신 책이 있더군요. 그것이 이 책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입니다. 아직 아이가 학교에 가기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남았지만 예습하는 마음과 저자에 대한 호감을 담아 시작해보았습니다. 주로 고학년을 맞아 교사생활을 해오던 저자가 처음으로 1학년이라는 사회와의 초입에 들어선 아이들을 맞이하며 만나는 이야기들을 저자 개인의 내면과 기억을 섞어 맛깔나게 풀어냅니다. 어려울 것도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이고 등장인물의 수에 비하여 잔잔한 갈등들입니다. 300쪽이 넘는 책이지만 판형도 아담하고 저자가 구술하는 편안한 시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 대한 놀라움에, 혹은 경이.. 더보기
고립의 시대 _ 노리나 허츠 _ 웅진지식하우스 _ 밀리의서재 2022년, 코로나 3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정말 셀수 없이 많은 방향으로 우리의 삶에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방역을 위한 크고작은 관계의 단절, 방법의 변화는 기술의 축복이기도하지만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오가던 문제점들이 솟아오르게된 계기가 된것도 같습니다. '고립의 시대'는 사회에 대한 분석과 논평을 하는 책 중 가장 지금의 이야기를 하는 책으로 보입니다. 많은 갈래의 사례들이 있고 한국의 이야기도 담겨있으며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일에대해서도 제법 실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많은 영역을 다루되 지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은 지루할 것이 뻔할것같은 책을 읽음에 있어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부분입니다. 외로움은 그저 정신 건강상의 위기만이 아니며, 혼자 있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 더보기
근린생활자 _ 배지영 _ 한겨례출판 _ yes24북클럽 삶은 길고, 힘들다며 투덜대는 지금의 내 순간보다 어렵고 난해한 굴곡을 애써 지나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좋게 유복한 가정에 태어난 덕분에 바닥을 쳐본적 없는 인생속에서 만족스러운 소비를 생존보다 먼저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해본적이 많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비탈길위에 놓은 사람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고 그것을 개인의 역량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도 폭력적인 부분들이 즐비하겠습니다. 그 냉철한 생존이라는 어려움을 약간의 상상을 섞어서 묶어 놓은 듯한 이야기가 이 책 '근린생활자'가 아닐까합니다. 단편집의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근린생활자'는 참 답답한 소설입니다. 세상에 이런 호구가 어디있냐고 왜 이렇게 답답하게 사냐고 말해주고만 싶지만 사기는 지능으로 피해갈 수 있는 영역.. 더보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_ 김초엽 _ yes24북클럽 _ 허블 SF는 어렵습니다. 영화는 시각, 청각으로 많은 정보량을 표현해서 구성과 장치를 이해하는데 비교적 적은 시간이 들게 할 수있겠지만, 소설은 또 다르지요. 영화가 비용을 투자하여 줄여가는 간극을 백지와 단어들로 표현하는 방법뿐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비교적 한번쯤 어디선가 봤을 법한 소재를 특수한 캐릭터로 포장하여 하고싶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재로 적절히 사용하고 있어 보입니다. 근미래일 수도 있고, 당장일 수도 있고,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냉동수면이나 외계인과같은 접근성이 좋은 소재들을 잘 선정하고, 어려운 단어들로 전문성을 부여하는 부분은 적당히 이런게 있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있어 보였습니다. 마치 고일대로 고여버렸다가 아이언맨으로 펑 터지며 영화로 옮겨져 대중성을 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