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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근린생활자 _ 배지영 _ 한겨례출판 _ yes24북클럽

(이미지 출처 : yes24)

삶은 길고, 힘들다며 투덜대는 지금의 내 순간보다 어렵고 난해한 굴곡을 애써 지나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좋게 유복한 가정에 태어난 덕분에 바닥을 쳐본적 없는 인생속에서 만족스러운 소비를 생존보다 먼저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해본적이 많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비탈길위에 놓은 사람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고 그것을 개인의 역량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도 폭력적인 부분들이 즐비하겠습니다. 그 냉철한 생존이라는 어려움을 약간의 상상을 섞어서 묶어 놓은 듯한 이야기가 이 책 '근린생활자'가 아닐까합니다.

단편집의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근린생활자'는 참 답답한 소설입니다. 세상에 이런 호구가 어디있냐고 왜 이렇게 답답하게 사냐고 말해주고만 싶지만 사기는 지능으로 피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부채질 당한 욕구는 위험보다 이득을 우선시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채를 든 사람은 항상 안전선과 핑계를 전제하곤 하지요. 조금 더 치밀하지 못하고 조금더 냉정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돌아오는 아픔은 참 고달픕니다. 모든게 어려운 환경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행복하고 싶었던 욕심은 달콤한 말과 한께 피해로 돌아오지요. 읽는 동안 안쓰럽기도하고 답답하기도 한 첫번째 단편이었지만 현실적 설정에서 한발자국씩 멀어지며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들보다는 그마나 버틸만한 고통처럼 보여서 참 씁쓸했습니다.

소설을 읽는 목적은 참으로 다양하게 있겠지만, 내 생활범위와 인식너머에 있는 가까운 이야기들을 접하다보면 가끔은 감동스럽고 때로는 서늘하고 종종 암담하기도 합니다. 노동은 삶의 필수요소이지만 노동과 생존의 환경에서 치밀하지 못한 작은 욕심이 감당해야하는 대가는 너무도 무거워보이기도합니다. 그 두려움이 입을 막고 눈을 가리게 하는 것이겠지요. 인간이라는 구성원들이 조직한 사회의 필연적 요소임을, 욕망이 지나가는 고랑에 고이는 눈물이 당연한 것임을 이제는 어렴풋하게 알것도 같기에 애써 못본적하던 조각을 확인시켜주는 이런 소설 '근린생활자'는 고맙고 암담하며 반갑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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