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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_ 김초엽 _ yes24북클럽 _ 허블

(이미지출처 : yes24)

  SF는 어렵습니다. 영화는 시각, 청각으로 많은 정보량을 표현해서 구성과 장치를 이해하는데 비교적 적은 시간이 들게 할 수있겠지만, 소설은 또 다르지요. 영화가 비용을 투자하여 줄여가는 간극을 백지와 단어들로 표현하는 방법뿐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비교적 한번쯤 어디선가 봤을 법한 소재를 특수한 캐릭터로 포장하여 하고싶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재로 적절히 사용하고 있어 보입니다. 근미래일 수도 있고, 당장일 수도 있고,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냉동수면이나 외계인과같은 접근성이 좋은 소재들을 잘 선정하고, 어려운 단어들로 전문성을 부여하는 부분은 적당히 이런게 있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있어 보였습니다. 마치 고일대로 고여버렸다가 아이언맨으로 펑 터지며 영화로 옮겨져 대중성을 중심으로 풀어나가고있는 마블 시리즈와 비슷한 인상이었다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모르겠네요.

  일상적이지 않은 소재는 그 독특함만으로 빛나기 마련입니다. 이 소설은 그중에서도 외계인, 우주인, 냉동수면, 위성과도 같이 이미 다양하게 사용된 소재를 가다듬어 사람의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그 중 제일 가까이 느껴졌던 작품을 꼽자면 '감정의 물성'이었습니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SF라기엔 너무 현실에 가까이 붙어있는 이야기로 보여 오히려 색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능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그러니까 이건 어차피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까?"

  궤변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궤변이 궤변으로 작동하기위한 사실적인 부분을 통해 묘한 고민에 빠질 수 있게하는 구절이었습니다. 딱부러지게 이유를 설명할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모두가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라고하는 시 구절이 왜인지 떠오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이해하는 척해야함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일 수도 있겠네요.

  다양한 결과물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아마도 소설이라는 것을 본다고하면 흥미로운 사건을 따라가서 익숙하거나 깜짝놀랄만한 결말에 이름으로서 완결성이나 만족감을 가지기 위함이 기본적 관심의 토대일 수 있을것입니다. 특히 SF나 환상소설의 경우 현실에서 유리된 소재나 사건을 접하면서 또다른 관점이나 상상을 자극하는 특출난 무기를 가지고 있지요. 이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최근에 많이 다뤄지고 있는 사회적 소재들을 SF라는 틀 속에서 변주해내고 있음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굳이 열어놨어야 했을까 싶은 결말들, 완성되지 않은 세계관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부분은 단편이어서 그래야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단편이기때문에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중에 하나의 소재가 확장되어 장편으로 엮어졌으면 하는 대가없는 기대를 해봅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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