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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_ 이승우 _ 문학과지성사 _

(이미지출처 : 알라딘)

어쩌다보니 이승우 작가의 소설을 또 읽어보게되었습니다. 책의 연식으로는 제법 오래된 소설집으로 보이는데, 집과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이런 제목에 끌린 부분이 있습니다. 들어서 집어보니 이승우 작가의 소설이어서 또 새삼스러운 것이 몇 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제목뽑힌 것들이 눈에 쉽게 띄고 손이가는걸 보면 끌리는 부분을 건드리나봅니다. 

 

8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입니다. 다만 소설들이 각기 다른 방향이나 냄새를 풍기는 모양새라기보다는 표제작의 이름처럼 주로 '집'을 주요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지어서 모은 소설집으로 보입니다. 소설들은 어쩌면 환상소설에 가까운 소재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불안감과 공포를 양분삼아 피어나는 여러가지 것들을 통해 개개인의 내면과 혼란을 그려내는듯 보입니다. 꼭지마다 주 얼개를 이루는 이야기 줄기는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인물들의 생각과 고뇌를 통해서 독자 스스로의 속을 살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지 않은가 싶기도합니다. 피자 몇판을 겹쳐 눌러서 찌부러지고 우그러진 한판을 만들어 선보이는 것같은 이야기 구성이라고 표현해야할까요? 읽다가 몇번이나 제자리를 맴돌고 다시 돌아가고 툭 끊어졌다가 어찌어찌 따라가고있는 모습을 보면 서사에는 큰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오히려 불쾌함과 두려움을 자극하는 묘사들은 마치 심리학을 기반으로 이야기 나눠주시는 분들중 직접적이고 단호하게 청자의 내면을 흔들어 직시하게 하는 화법과도 유사해보입니다. 원초적이고 날것인양 보이는 문장들은 찌르는 듯한 불쾌감을 고조시키고 명확하지 않은 흐름은 내 속을 독서하게 합니다. 어쩌면 여기서 집이란 개인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독서라는 행위를 비롯하여 여러 교감, 교류의 행동들은 대상과 관찰자간의 주고받음을 바탕으로 하겠지만 이 소설집은 애써 모른 척하던 내 속의 부끄러움과 가려놓은 죄의식같은 부분을 좀더 수면위로 떠오르게 흔들어줍니다. 소설집 네번째 꼭지까지는 문장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으니까요. 부끄러운 사람이긴 한가봅니다.

 

내면을 다루려는 시도가 탈일상적인 부분이 많은 것처럼 책에서 소재로 삼고있는 것들 또한 일상을 벗어나는 범주의 것들이 많습니다. SF를 넘어서 판타지 장르에서나 다룰법한 소재들을 사용하는 단편이 있는가하면, 일상에서의 과격한 일탈을 다루기도 하지요. 꼬아놓은 문장보다도 소개가 적나라하게 끌어오는 표현들이 어쩌면 책읽는 난이도를 더 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불쾌한 벽을 넘어서야 자기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어지러운 가운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던 소설집,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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