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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비소설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_ 송주현 _ 낮은산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우연한 기회에 한 블로그에 닿은 적이 있었습니다. 입장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었던 충격에 이리저리 알아보다보니 따로 내신 책이 있더군요. 그것이 이 책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입니다. 아직 아이가 학교에 가기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남았지만 예습하는 마음과 저자에 대한 호감을 담아 시작해보았습니다.

주로 고학년을 맞아 교사생활을 해오던 저자가 처음으로 1학년이라는 사회와의 초입에 들어선 아이들을 맞이하며 만나는 이야기들을 저자 개인의 내면과 기억을 섞어 맛깔나게 풀어냅니다. 어려울 것도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이고 등장인물의 수에 비하여 잔잔한 갈등들입니다. 300쪽이 넘는 책이지만 판형도 아담하고 저자가 구술하는 편안한 시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 대한 놀라움에, 혹은 경이로움에 눈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개인차가 아주너무많은 부분이겠지만 한두번은 멈춰서 대견한 모습에 놀라실 겁니다.

물론 그 빛나는 모습의 이면에는 저자가 원하는 교육을 펼치기에 적합해보이는 학교와 사회배경적 특징이 있었을 것입니다. 서울에서 8~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입장에서 볼 때는 덜 경쟁적이고 덜 조급한 듯한 교실내의 분위기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내 1학년 시절을 상상해보기도하게 되고요.

아이들과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는 날은 도서관 앞에서 외식을 했다. 아이들과는 무슨 책을 고를까보다는/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를 의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식의 즐거움이 우선이던 초기와 달리 아이들은 점점 책의 재미에 빠져 갔다.

저자는 좀 더 여유있게 아이들을 대할 것을 권합니다. 아이들의 특질에 따라 속도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너무 늦은 것은 없다는 거지요. 그러나 부모들은 이런 저자의 권유에도 조급해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저자의 자제분이 좋은 대학에 갔다는 사실을 돌려듣고나서 약간의 신뢰를 얻었다고 하지요. 자식에 대한 불안은 내것일까요 아이의 것일까요?

책은 주로 아이들의 관계에 집중하고 그 관계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 다른 아이가 바라는 것. 그 사이를 조율하는 치열한 눈치와 심리적 격량을 보고 있자면 이 시절을 어떻게 지내왔는지 스스로가 대견해질 정도지요. 내가 어떤 의도를 가졌던 어떤 불안을 키우던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자랍니다. 나의 어영부영 흘려내는 시간들이 쌓여 아이를 이룰겁니다. 부디 내 생각없는 행동이 아이의 족쇠가 되지 않고 조금 다른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을 잘 간직해두었다가 몇 해 후 나의 일이 되었을때 다시한번 읽어보렵니다.

휴우, 칭찬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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