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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담은것

문 쉐도우 (In the Shadow of the Moon :: Netflix )

넷플릭스에서 또 영화를 하나 골라보았습니다. 국내제목으로 문쉐도우라고 등록된 영화로 직역하자면 '달 그림자에서' 정도가 되려나요?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고, 그 조건을 9년 주기의 달의 상태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있는 제목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포스터는 좀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트레일러를 보던 중 덱스터의 주인공이 등장하길래 반가움으로 시청하게 되었네요. 최근에는 긴 호흡의 드라마 시리즈보다는 영화가 조금더 편하게 볼 수 있어 좋은데 아마도 육아의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는 형사 진급과 아내의 출산을 앞둔 의욕충만한 형사 록하트가 목뒤의 관통상과 뇌수가 흘러내리는 증세를 특징으로하는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알수 없는 기술을 가진 살인마은 직분을 넘어서는 열의를 가진 록하트의 추적으로 지하철역에서 궁지에 몰리게되고, 잠시의 방심을 틈타 탈출을 꾀하던 범인은 발악과 같은 록하트의 끈기에 밀려 지하철 전동차에 충돌,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됩니다. 록하트를 알고있는 듯한 범인은 죽기전 묘한 말을 남기는데요. "여기가 바로 그곳이다." 라는 등의 마침내 기억속의 장소에 도착한 듯한 말들을 뇌까립니다.

 

**** 이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시간여행을 주된 소재로 가지고 있습니다. 9년이라는 주기에 대한 이론적 적합성은 이미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전제 앞에서는 무의미해보입니다. SF는 SF일뿐 내적 논리가 작동한다면 사소한건 받아들여야하는 법이겠죠.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지만, 시간여행자가 아닌 시간여행의 진원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인물 록하트를 중심으로 극은 흘러갑니다. 여엿한 형사로 자리잡았지만 아내에 대한 상실감을 메꾸지 못하던 록하트는 9년 후 재개된 동일 범죄를 맞이하고 집착의 대상을 특정합니다. 그 와중 파트너마저 잃은 그는 무너져가는 모습으로 삶을 비틀어갑니다. 주위의 비웃음과 안쓰러움, 외면에도 집착을 놓지못한 그는 스스로를 몰아가고말죠. 그러나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나요. 결국 범인과 마주하게되고, 그 정체와 마주하게됩니다.

 

과거를 바꾸어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려고 하는 범인의 시간은 작중 설명처럼 역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요. 미래에서 과거로 향하는 범인의 순방향적 시간축과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게되는 록하트의 순방향적 시간축이 9년마다 마주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물론 이 설정 자체는 무수한 구멍이 있어보입니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개변해려고 과거의 행위를 순방향으로 거슬러 오르면서 할때마다 미래가 바뀌었겠지만, 범인의 말대로 "이곳이 그곳이었다."라는 범인의 순방향적 결론이 나온다는 사실자체가 루프를 이루게 될 수 밖에없는 순방향사이의 만남에서 일어나기 희박한 일이며 개변으로 인하여 록하트가 맞이할 미래가 바뀌면서 사라져야 할 사건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지하철역에서의 시점부터 모든 록하트의 과거도 바뀌어야하기 때문이겠죠. 물론 이런 생각조차도 단편적이기 짝이없고 빈틈투성이지만, 경우의 수를 꺼내는 순간 모든 시간여행은 논리적힘을 잃어갈 것이므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리에겐 필요하겠습니다.

 

이야기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조금 다르게 사용하는데서 오는 신선함과 어쩌면 희생이라는 가치의 평범한 소중함을 바탕으로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채웁니다. 그래도 B급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조금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덕분일까요 혹은 반가움때문일까요? 괜찮다고 하기엔 추천하기 어렵고 별로라고 하기엔 그리 나쁘지 않았던, 넓은 마음으로 가볍게 두시간 보내기엔 괜찮았던 영화, '문쉐도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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