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가/비소설

누가 진짜 범인인가 _ 배상훈 _ 앨피 _ 초판 1쇄




책하고 놀자를 통하여 소개받은 책이다.

라디오에서 위트있게 말씀하시는 작가분의 이야기에 끌려 구입하게 되었는데, 사실 처음 기대했던 것은 풍부한 범죄사례들과 해결과정이었으나 오히려 현대 사회적, 경찰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고찰이 핵심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유익했던 것은 일반적으로 애매하게 그려려니 하는 강력범죄 용어들에대한 정의가 알기쉽게 정리되어있다는 것이며 사례가 따라오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뉴스에서 타이틀로 쓰기위해서 작성하는 자극적인 단어들 이면에 좀 더 직접적이고 분석적인 이야기들이 감추어져 있음을 알려주고 일반적으로 던져대는 해결책이나 원인들로 그저 입력되어지는 단어들이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등의, 모두 알지만 제대로 알지못하는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책 전반적으로 반복되는 제대로 된 수사기법에 대한 정착미비와 사법기관의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에 대한 안타까움은 점진적인 변화로 밖에 풀 수 없어보이지만, 작금의 그들의 행동을 보면 그저 요원한 일인것만 같아 아득하니 안타깝다. 하지만 강력범죄뿐만아니라 실제 생활에 밀접한 범죄들의 발생과 양상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바라보아야하는 객관적 관점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준다는 점에 있어서 신문쪼가리 읽는 것이나 경찰청사람들 같은 미묘한 프로그램 시청하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의 영역으로 데려와준다고 하겠다.


책의 후반부에 작가의 반성과도 같은 챕터가 있다. p.283~p.295 부분인데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싶어 전문을 소개하고 싶지만 길기도하고 가급적 사서보시기를 바라며 일부만 소개하려고 한다.



  p.285 모두 알다시피 세월호가 침몰하고 약 석 달간 종편들은 유병언 몰이에 올인하면서 최소한의 언론윤리조차 지키지 않았다. '유병언이 없었으면 종편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p.288 검찰입장에서도 유병언은 타살이 아이어야 했던 것 아닌가? (중략) 실제로 유병언의 타살 가능성에 대한 수사는 거의 진행되지 않거나 무시되었다.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된 뒤 제기된 여러 의문들, 즉 발견 당시 너무나 이상한 시체 상태(마치 시체를 가지런히 놓아 둔 것과 같은 상태), 시체 주위에서 발견된 이상한 물품들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과 없어야 하는데 있는 것들의 부조화, 예컨대 막걸리병과 소주병의 경우 없어야 하는 것인데 그 자리에 있었고, 지팡이와 안경은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에 없었다.), 민가에 가까워 (6월 바닷가 더위와 습한 기후로) 부패 중 강한 냄새를 풍길 수밖에 없는데 개도 짖지 않고 사람들도 냄새를 맡지 못했던 정황 등 수많은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p.290 만약 사체의 열 손가락 지문 중 하나를 확보하여 이것을 국가에 등록된 원본과 비교('AFIS'시스템)하였다면 과학적으로 지문의 유일성 측면에서 '유병언'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 사체가 '유병언'임을 전제로 하고, 그 사체에서 얻은 지문이 유병언의 열 손가락 지문 중 하나임을 역으로 증명하는 방식은 과학적으로 불완전하다. 발견 초기 상당히 훼손된 사체의 왼손 손가락에서 지문을 복원하려고 했으나 두 번이나 실패하고, 그 뒤 사체가 유병언임을 인지한 뒤 오른손 손가락으로 복원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p.294 가장 이상한 것은, 증거들이 필요할 때마다 적시에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범호가 매겨진 돈 가방이 마치 준비된 듯 나타나는 걸 보고 기가막힐 따름이었다.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동원하여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내려놓고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만 하니 온갖 의문이 떠돌지 않을 수가 없다. 검찰 스스로 괴담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p.295 사실 유병언 사건을 책에 실을지를 두고 고민했다. 이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아무리 진실을 찾기 위해 몸부림을 친들, 당시 내가 범했던 과오를 지울 수는 없다. 나 또한 일부 종편에 출연하여 난장판 수사에 한몫 거들었다는 사실을 뼛속깊이 반성한다. 사건의 본질은, 유병언이 아니라 그 이름 뒤에 숨은 나를 포함한 못난 어른들이다.



누가 진짜 범인인가
국내도서
저자 : 배상훈
출판 : 앨피 2015.03.20
상세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