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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년이 온다 _ 한강 _ 창작과비평사 _ 초판 11쇄 작년 겨울 "뿔"이라는 소설을 읽다 핸드폰을 바꾸었다. 큰놈으로. (이하 상상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시간이 제법 지나 이제 새로운 그것에 대한 열기가 슬며시 가라앉고 보니 이제는 새책을 사고 싶어져서 몇권을 골랐다. 한강 작가의 책은 일전에 희랍어시간을 읽어본 것이 전부인데, 당시 피곤한 틈에 읽어서인지 문체에 휩쓸려 허우적거린 힘든 기억이 있어 이 책을 고를까 말까 몇개월을 고민하다 결국엔 골라들었다. 이사할 집에 "뿔"도 가져다 놓아버린 터라 산것 중에 한권을 집어들고 퇴근길에 나서던 중, 기다릴 일이 생겨 자주가던 카페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그것이 어제다. 그자리에서 절반을 넘기고, 아침에 남은 반을 다 삼켰다. 어지러움에 에필로그는 점심시간까지 미루어 두었다가 마침 다 읽은 참이다. 챕터하나가.. 더보기
희랍어 시간 _ 한 강 _ 문학동네 1판3쇄 p 8. 어느 곳에서건 사진은 찍지 않았다. 풍경들은 오직 내 눈동자 속에만 기록되었다. 어짜피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소리와 냄새와 감촉 들은 귀와 코와 얼굴과 손에 낱낱이 새겨졌다. 아직 세계와 나 사이에 칼이 없었으니, 그것으로 그때엔 충분했다. p 14. ... 그중 그녀가 가장 아꼈던 것은 '숲'이었다. 옛날의 탑을 닮은 조형적인 글자였다. ㅍ은 기단, ㅜ는 탑신, ㅅ은 탑의 상단. ㅅ- ㅜ - ㅍ이라고 발음할 때 먼저 입술이 오므라들고, 그 다음으로 바람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새어나오는 느낌을 그녀는 좋아했다. 그리고는 닫히는 입술. 침묵으로 완성되는 말. 발음과 뜻, 형상이 모두 정적에 둘러싸인 그 단에 이끌려 그녀는 썼다. 숲. 숲. p 23. 눈물이 흘렀던 길에 지도를 그려뒀더라면. 말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