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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지상의 노래 _ 이승우 _ 민음사 _ 1판 7쇄 동어반복을 수없이 반복하지만 문장이 경쾌하고, 덕분에 지루해지지 않는 느낌으로 쭉 내달렸다. 어쩌면 그러한 문장의 구조 또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성을 내포하고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몇 페이지만 익숙해지면 이후는 일사천리. 성서속으로부터 겹쳐진 이야기들이 필요이상으로 친절한 문장들속에서 자기복제를 거듭하며 자라간다. 이야기의 무대는 넓은 듯하지만 집중적이기에 혼란스럽지 않으며 종교관. 시대상, 자기연민, 자책과 사건이 어우러지지만 층층히 포개진 전개속에서 잘 자리잡은 느낌이다. 소재와 인물이 많으나 너무도 절묘하게 포개져있기에 조금만 줄거리를 적어도 쉬이 헤살을 놓을 수있기에 언급하기 어렵지만, 문외한의 눈에도 꽉 짜여진, 찰진 문장의 맛속에서 속도감있게 쉬이 읽히는 좋은 소설임에 틀림없다. p.2.. 더보기
철학자와 늑대 _ 마크 롤랜즈 _ 추수밭 _ 1판 10쇄 최근 몇 해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다. 머리가 굵어져서인지, 경험에서오는 반동인지, 생각하는 인간이고 싶어서인지는 확실하게 말할수는 없다. 상실에 대하여, 불의라는 것에 대하여 혹은 그런 것들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해도 생각만을 되뇌이고 있다. 여기 그보다 더 넓은 범주의, 시간선 위를 흘러가는 영장류가 삶속에서 느낄 수 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우화가 있다. 인간은 왜 이렇게 못되 처먹은건일까? 인간은 왜 죽음 앞에서 당당하기 어려운것일까? 죽음은 망자의 아픔인가 남겨진 자들의 아픔인가? 도대체 그런 아픔에, 사랑에 경중이 있는것일까? 경중이라는 것이 부피인가 질량인가? 애초에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 정리할 수 없는 정의에 대하여 철학자는 늑대와의 삶과 함께 천천히 이야기를 .. 더보기
일층/지하일층 (1F/B1) _ 김중혁 _ 문학동네 _ 초판 1쇄 사실 이 책은 보은의 의미로 구입한 책이다. 본디 단편집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영영 구입할 일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일곱개의 단편과 단편만큼이나 공들여 쓰여진 해설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현실적으로 짜여져있어 기대도 안한 나를 몰입으로 이끌었다. 물론 모든 단편이 마음에 쏙들었다고는 할수 없겠지만, "아니 이게 왜 여기서 끝나!!" 하고 욱할 정도로 빠져드는 소설이 더 많았다. 좋은 구절을 소개하기에는 한편 한편의 길이가 길지 않아 어려우기에 각 편을 소개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나는 바질이 뭔지 찾아봐야겠다. 건축설계를 하고 있는 나도 이성을 잃고 검색의 유혹에 빠져들만한 도시를 주제로한 소상한 묘사와 서술을 만끽하시라. 그런데 이 소설이 왜 아직 1쇄인거죠? 1.. 더보기
고래 _ 천명관 _ 문학동네 _ 1판 31쇄 민화 혹은 설화 혹은 우리네 흘러온 시간의 사실과 판타지의 미묘한 부분을 달리는 거침없는 속도에 네덧번 책을 펴고 한번에 달려버려 오히려 조금 아쉬웠던 '고래'라는 소설.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각지도 못했던 소재를 이리저리 끌어다 붙여도 생생하게 현실감을 불어넣는 작가의 손에 놀아나는 기분이 매우 흡족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서 펼치고 빠르게 닫으시라. p.49 그리고 바다를 보았다. 갑자기 세상이 모두 끝나고 눈앞엔 아득한 고요가 펼쳐져 있었다. 곧 울음이 쏟아질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녀는 옆에 있는 바위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 그것은 자신이 살던 집보다 족히 서너 배는 됨직한 거대한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바다 한복판에서 불쑥 솓아올라 등에서 힘차게 물을 뿜어올렸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