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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퇴장 _ 필립 로스 _ 문학동네 _ 초판1쇄 에브리맨으로 시작해서 몇권의 소설을 접했다. 정확하게 저자의 연혁을 찾아보지도 않았고 언제 어떤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였는지도 모르지만, 불의나 분노에 휘청휘청하는 나의 어린 모습을 한숨 가라앉히고 들여다보게 하는 어떤것이 그 안에서 흔들어 부른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어떤 사건으로 인해 도망치듯 세상에서 한발 물러나 육체적 쇄약과 더불어 여러가지 욕망을 정리했던 노작가가 사소한 계기하나로 물결을 즐기다 자신도 모르는 채 해일에 휩싸이는 이야기라고 할수 있겠다. 읽었던 몇 권의 소설에서 그랬듯이 이 책에서의 배경역시 미국이라는 국가의 어떤 순간 그자체를 담고 있기에 정치-사회적,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혹은 종속적으로 연속되어있는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저 등장인물이 사는 배경국가에 그치지않고 작금의 사회에 .. 더보기
종이달 _ 가쿠다 미쓰요 _ 위즈덤하우스 _ 초판1쇄 주섬주섬 담아놓은 책을 구입하는 차에 빨간책방 소개로 더 찔러넣은 책으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한 도드라진 여자와 그와 유사한 파편을 담고있는 주위사람들에 관한 350쪽 가량의 장편소설이다. 종이달이라는 제목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간혹 본문중에 묘사되는 위태로운 달의 모습일 수도 있겠으며, 진짜 달이 가지는 감정적인 면만을 복사한 가짜 달일수도 있다. 혹은 등장인물들이 전체적으로 가지고있는 금전적인 문제를 보자니 화폐라는 가치를 잃고 일탈의 도구로 폭주하는 종이돈으로 보이기도한다. 책 말미 옮긴이의 글 초반을보면 일본에서 종이달이라는 유행이 있었다고 하는데 내용은 직접 사서 읽어보시라. 시작부터 횡령사건은 이미 터져있는 상황이며, 리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녀가 직접 겪은 이야기와 함께.. 더보기
전(傳)을범하다 _ 이정원 _ 웅진지식하우스 _ 초판5쇄 인문학 열풍에 감화된 오너께서 회사에 도서들을 수권 들여놓은 적이 있다. 그것이 대략 2년전이었던 것 같은데, 개중에 재밌어보이는 제목이 드문드문있어 눈여겨 본 것이 몇권있었고 이것이 그중 하나였다. 차일피일하다가 잊고 있었는데 빨간책방에 소개된 것이 계기가 되어 대여하여 이렇게 쓴다. 재미있게 읽다가 갑자기 또 스토너로 갈아타는 바람에 잠시 놓으니 또 마무리가 이렇게 늦어지게 되었다. 책 한권 읽는것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이리 자주 놓게되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잠시 가져본다. 각설하고, 이 책은 우리 고전들중에 다시 보거나 새롭게 해석하거나 기존의 일반적인 해석이 지금에 비추어 억울한 부분이 있는 수 편을 골라내어 지금과 당시의 시대상의 비교, 판본들에 따른 줄거리의 달라짐과 그 이해 또는 적당히 국어.. 더보기
스토너 _ 존 윌리엄스 _ 알에이치코리아 _ 초판3쇄 최근에 비소설 몇권을 읽다 놓다 하면서 지지부진 시간을 보내다. 빨간책방에서 스토너를 다룬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들었다. 소설리스트(http://sosullist.com)에서 보고 지난달에 구입하여 책꽂이에 방치하고는 잠시 잊고있었는데 모처럼 맞이한 빨간책방 예습의 기회를 놓칠수 없어 한주 빨책을 쉬고 일단 스토너를 골라들었다. 결국 타고난 게으름에 두 주나 걸리게 되었다. 더디게 읽어나갔지만 읽는 순간만큼은 놀랍고 황홀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농가의 아이로 자란 그가 학문의 열병에 취해 급속히 변해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쉴새없이 굴러가지만 사실 사건 하나하나를 놓고보면 학자로서의 열정, 순간에 빠져드는 사랑, 전쟁과 친구, 정신없는 결혼, 동료로부터의 질투와 시기, 원만하지 않은 결혼과 육아, 도피와.. 더보기
송곳 _ 최규석 _ 창작과비평사 _ 초판2쇄 내가 잃을 것이 얼마나 되나 돌아봅니다. 내가 잃기를 두려워하는 것들로부터 어떤 것들이 쥐어짜져올까 생각해봅니다. 부끄럽습니다. 참담하게도 죄송스럽습니다. 미안합니다. 송곳 1~3권 세트국내도서저자 : 최규석(Choe, Gyu-seok)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5.05.20상세보기 더보기
소년이 온다 _ 한강 _ 창작과비평사 _ 초판 11쇄 작년 겨울 "뿔"이라는 소설을 읽다 핸드폰을 바꾸었다. 큰놈으로. (이하 상상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시간이 제법 지나 이제 새로운 그것에 대한 열기가 슬며시 가라앉고 보니 이제는 새책을 사고 싶어져서 몇권을 골랐다. 한강 작가의 책은 일전에 희랍어시간을 읽어본 것이 전부인데, 당시 피곤한 틈에 읽어서인지 문체에 휩쓸려 허우적거린 힘든 기억이 있어 이 책을 고를까 말까 몇개월을 고민하다 결국엔 골라들었다. 이사할 집에 "뿔"도 가져다 놓아버린 터라 산것 중에 한권을 집어들고 퇴근길에 나서던 중, 기다릴 일이 생겨 자주가던 카페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그것이 어제다. 그자리에서 절반을 넘기고, 아침에 남은 반을 다 삼켰다. 어지러움에 에필로그는 점심시간까지 미루어 두었다가 마침 다 읽은 참이다. 챕터하나가.. 더보기
영원의 아이 (상) _ 덴도 아라타 _ 북스피어 _ 초판 2쇄 일단 두께가 상당하다. 집에서 자리잡고 읽기보다는 오가거나 카페에서 주로 읽는 나에게 작은 판형이지만 권당 700페이지에 가까운 무게감은 생각보다 거대한 것이어서, 함께 구입한 책들 중 구입시기를 상당히 지나서 집어든 책이 되었다. 겉 표지도 만족스럽지만 껍질을 벗겨내고 난 양장내피가 더욱 볼만하다. 반투명 표지였으면 더욱 좋았을듯 싶다. 은교의 보라인지 자주인지 모를 노린듯한 요상스런 색상에 비해 상하권 컬러톤도 마음에 들고 여튼 훌륭하다. (김홍민 대표님 책하고 놀자 잘듣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라고하기에는 소재자체가 가지는 무게감이 있기에 사회고발적인 느낌으로서 먼저 다가온다. 아이들이 느끼는 무게감이 무뎌지지 않은 감성속에서 폭발하는 모양새가 구슬프기 그지없다. 상권은 전반적으로 세사람의 주인공과 .. 더보기
은교 _ 박범신 _ 문학동네 _ 1판 18쇄 약간의 에로티시즘에 대한 생경함을 지내보내고 나면, 근간에 읽은 것중 가장 깊게 남은 애브리맨과 철학자와 늑대에서 주워담았던 단상을 또다시 마주하게 된다. 나이드는 것과 깊어짐은 대채로 별개의 일이며 어림은 순진함일지언정 순수함은 아니리라는 막연한 상상. 평생을 치열하게 보낸 노년에도 이어지는 폭풍과 나뭇잎 흔드는 바람에 쓰러지는 거목을 구경하시라. '야함'에 대한 막연한 데면함을 주워넘긴다면 매끄럽게 오르내리며 부서지는 욕심을 지켜보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것이다. 결국 나도 태어나, 살다, 죽을 것이기에. 당신과 같이. 다만 같은 사건에 대한 세 화자의 반복된 서술은 1Q84의 지지부진함을 떠올리는 면도있어 속도감을 저해하는 느낌도 든다. 지상의 노래도 비슷한 형식이거니와 같은 대상을 두고 장소와 속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