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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아르테미스 _ 앤디 위어 _ RHK _ 양장 특별판


(이미지출처 : 알라딘)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렇겠지만, 특히 환상문학을 접할때는 그 이야기의 내부논리를 빠르게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애초에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않을 것을 이런 저런 근거를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줄기와 뿌리의 논리와 손잡으면 거기에서 부터 재미가 꽃피고 만족스러운 열매를 거둘수 있기 때문이다.

SF또한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환상문학보다도 더 현실에 가깝고 보편적 과학적근거를 바탕으로 소재를 다듬기 때문에 더 쉽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면이 있겠다마는 '아르테미스' 처럼 그 배경이 지구를 벗어나버리면 오히려 작가의 '분명히 있을법한' 요소들이 안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느꼈다.

달의 표면이야 여러가지 교과과정과 영상자료를 통하여 익히 얻은 정보가 있으니 상상하기 쉬우며, 돔의 형태를 한 다층구조의 거주구 또한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고난이도의 용접작업이라는 것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대부분의 사실적이고 자세한 설명이 곧 "훌륭한 고난이도 용접작업이었다" 정도로 귀결돼버리니 빼곡히 쌓아놓은 아르테미스의 기반을 겉핧고 지나가는 것만 같아 초중반에 몹시 흔들리고야 말았다.

절반쯤 지나면서 아르테미스의 지역적 배경을 지도 느낌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고 어려운 기술적 단어들을 '성공적' '어려운' '위험한' 등으로 잘 갈무리하면서 속도가 붙어갔다. 하지만 초반의 몇가지 수단이나 기술에 대하여는 화자의 상상력을 동원한 설명을 덧붙여 가면서 복선임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기도 해서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이야기가 흐르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아쉬움도 있다.

아무래도 상상의 걸림돌을 최대한 낮추려니 설명이 길고 자세하게 되며 중력에 사로잡힌 독자의 뇌리속에 우주의 거주공간과 그 환경을 새기려니 반복적인 설명이 이어져 눈에 밟히기도 한다. 또한 1인칭 소설이면서도 좁은 테두리에 등장하는 인물이 많아서인지 화자의 생각을 묘사하는 와중에 또 별개 기호로 독자에게 말하는 부분이 구성된다. 마치 4의벽을 뚫고나오려는 데드풀스러움이 왕왕 보이는 것도 일말의 아쉬움이라고 하겠다.

미시적 기술에 대한 묘사만 빠르게 정리하여 받아들 수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가까울 것처럼 눈에 보이지만 끔찍하게 머나먼 달에서의 삶과 기술을 상상해볼 수 있는 유쾌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션에 이어서 영화화할 수 있을런지 궁금하지만, 어디까지 생략해야 할지 감이 안잡히는 문외한인지라 그저 아득할 뿐이다.

p.119 그나저나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가리켜 '달나라 토끼'라고 부르거나 아르테미스를 '우주 도시'라고 부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우리는 우주에서 살지 않는다. 달 위에서 산다. 엄밀히 말하면 '우주'에 있는 건 맞지만 그건 런던도 마찬가지 아닌가.
아르테미스
국내도서
저자 : 앤디 위어(Andy Weir) / 남명성역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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