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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바깥은 여름 _ 김애란 _ 문학동네 _ 1판2쇄

나에게  김애란 작가의 '서른'은 대학이란 것을 졸업한 후에는 어쩌다 마주쳐야 한번 열어볼 정도로 띄엄 띄엄 마주치던 책이란 물건을 다시 곁으로 물고들어온 사냥개같은 소설이다. 아니, 키운적도 부른적도 없는데 다가와 툭 내밀어 심어놓았으니 고양이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어쩌면 순문학이라는 장르가 있다면 나에게 있어 찾아보는 작가 1호가 김애란 작가님이 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두권에 수록집하나 사놓고선 별스러운 찬사를 늘어놓고있지만, 어쨌든 '서른'이라는 소설은 나에게 그랬다. 

모음집 눈먼자들의 국가 관련하여 작가님이 글을 쓰기전엔 다른 글을 쓸 수 없었다고 했었던 문장을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세월호 참사는 여러가지 질감의 표면으로 밀고들어와 한없는 질량감을 남기고 있다. 작가님에게도 아직 그것은 진행중인 것만 같은데, 슬며시 핥기에 단편들이 주로 미망을 다루고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입동'과 '노찬성과 에반'을 가장 마음에 들어온 작품이라고 말하려 저울질 하다가도 목차를 보면 또 생각이 흐려진다. 다양한 망실을 다루고 있는 면면을 되새기면 선뜻 한 작품을 고르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굳이 거르고 거르다보면 '입동'이 남게 된다. 아마도 세월호와 작가님간의 거리감, 별이 된 대상이 아이라는 점, 그리고 벽지 처럼 달라붙어 긁어내봐야 상처만 남기는 일상의 처연함이 주는 온도 같은 것들 때문이 아닐까 한다. '노찬성과 에반'을 같이 두었던 것도 어쩌면 돌아가신 아버지와 십여년전 반려견을 대했던 나의 무지함이 겹쳐진 것이 원인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도 독서량이 저열하기에 온전히 작품 속에서 판단하지 못하는 것같아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서른'만큼이나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을 만났으니.

p.25 부엌 벽면에 밴 물은 웬만해서 잘 빠지지 않았다. 젖은 행주로 닦고, 매직 블록으로 문지르고, 화장솜에 아세톤을 묻혀 조심스레 두드려도 소용없었다. 행주질을 여러 번 한 곳은 비교적 옅어졌지만 얼룩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흔적을 지우려하면 할수록 우둘투둘 종이만 더 해졌다. 어찌됐든 도배를 새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바깥은 여름 (2018 여름 한정판 리커버)
국내도서
저자 : 김애란
출판 : 문학동네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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