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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_ 최제훈 _ 자음과모음 _ 1판8쇄

알라딘에서 처음으로 구입한 책이었으나 여차저차한 이유로 이제 읽게되었다. 퀴르발 백작 작가님인줄은 책날개를 보고야 알았다. 오묘한 인상의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책날개까지 살폈던 것인데, 이것이 매우 직접적인 연출이었다는 것은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수 있었다.

순수문학의 경계는 조잡한 나의 안목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굳이 짧은 경험에 대보아 이 소설을 비교하자면 에드가 알렌 포의 검은고양이 (아름다운날)의 느낌이라고 하겠다. 추리인 척하는 환상소설이라고 해야할까. 많은 비유나 은유가 담겨있겠지만 얼개는 그래보였다. 단편들이 서로의 소재가 되며 어느정도의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 멀티버스를 쪼개어 포갠 옴니버스같은 구성을 하고있다.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파이,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네가지 꼭지로 이루어져있다. 시작인 여섯번째 꿈은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의 오프모임이 개최된 산장에서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곳저곳를 오가는 시점의 첫 이야기를 지나면 조금씩 자기 수정 혹은 자가 복제를 통해서 분화해나간다. 살짝 살짝 모습을 바꿔가면서 연결되는 소재들을 보는 재미가 훌륭하다. 갈라진 원형 퍼즐을 이리저리 맞춰봤더니 어느새 바람개비처럼 돌아가고있는 기분이라고 하면 굉장히 뻑뻑한 표현이겠다만, 미풍과 순풍을 오가며 들썩들썩 즐거운 여행이었다. 다만, 파이 편이 조금더 분량이 작았다면 좀더 쾌적한 항해가 되었을것만 같은 아쉬움이 슬몃 남는다.

순수문학은 무엇일까? 다시금 궁금하다.

p.44 악마가 제안한 대로 우리는 친목을 다지고 있었어.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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