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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휴먼스테인 2/2 _ 필립 로스 _ 문학동네 _ 양장본 2판 1쇄 모두 상처받았는데 서로 상처입히기 바쁘다. 오해와 자기연민, 격렬한 방어기재와 심어진 공격성향.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일들은 그 스스로 엮은것만으로는 인과를 모두 유추할 수 없으며 결국 자욱하든 강렬하든 어떤 사람이 내비치는 오오라 같은 것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뒤엉켜 끈적하게 뭉쳐 미끄러지는 그 부분에서 피고 지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인이 자신에 있음에도 이미 인과는 자신을 떠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돌아오고야 만다. 모두 상처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열심히 살았지만, 모두가 가해자고 다같이 피해자다. p.46 인종차별주의자 교수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가? 하루아침에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인종차별주의자가 된다는 건,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딱 한 번 실수.. 더보기
일층/지하일층 (1F/B1) _ 김중혁 _ 문학동네 _ 초판 1쇄 사실 이 책은 보은의 의미로 구입한 책이다. 본디 단편집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영영 구입할 일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일곱개의 단편과 단편만큼이나 공들여 쓰여진 해설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현실적으로 짜여져있어 기대도 안한 나를 몰입으로 이끌었다. 물론 모든 단편이 마음에 쏙들었다고는 할수 없겠지만, "아니 이게 왜 여기서 끝나!!" 하고 욱할 정도로 빠져드는 소설이 더 많았다. 좋은 구절을 소개하기에는 한편 한편의 길이가 길지 않아 어려우기에 각 편을 소개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나는 바질이 뭔지 찾아봐야겠다. 건축설계를 하고 있는 나도 이성을 잃고 검색의 유혹에 빠져들만한 도시를 주제로한 소상한 묘사와 서술을 만끽하시라. 그런데 이 소설이 왜 아직 1쇄인거죠? 1.. 더보기
고래 _ 천명관 _ 문학동네 _ 1판 31쇄 민화 혹은 설화 혹은 우리네 흘러온 시간의 사실과 판타지의 미묘한 부분을 달리는 거침없는 속도에 네덧번 책을 펴고 한번에 달려버려 오히려 조금 아쉬웠던 '고래'라는 소설.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각지도 못했던 소재를 이리저리 끌어다 붙여도 생생하게 현실감을 불어넣는 작가의 손에 놀아나는 기분이 매우 흡족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서 펼치고 빠르게 닫으시라. p.49 그리고 바다를 보았다. 갑자기 세상이 모두 끝나고 눈앞엔 아득한 고요가 펼쳐져 있었다. 곧 울음이 쏟아질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녀는 옆에 있는 바위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 그것은 자신이 살던 집보다 족히 서너 배는 됨직한 거대한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바다 한복판에서 불쑥 솓아올라 등에서 힘차게 물을 뿜어올렸다. ... 더보기
파이이야기 _ 얀 마텔 _ 작가정신 _ 초판38쇄 (2012년 11월 9일) 인간, 자연, 종교 등에 관한 광범위한 우화로 가득찬 아름다운 소설이자, 보고싶은 것만을 인지하고 듣고 싶은 것만을 이해하는 인식의 편협함에 대한 충고이며, 언덕에 올라 세 종교의 그릇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내려다보며 한걸음에 세갈래 길을 걸어갈수 있음을 부정하는 도착지에 대한 원망이자, 그가 헤메었던 잔혹하고 아름다웠던 바다 위가 혹시 지금 살아가는 사회는 아닐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비유를 비유인 채로, 신을 신인채로 두지 못하고 보편적 인식의 깔대기에 걸러 '이해'해야만 하는 불안한 군중심리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풍부한 이야기, 넘쳐나는 생각할거리들. 느껴보시라. 영화를 보고 읽어도 좋고 읽고 영화를 감상해도 포만감에 흡족한 시간들 되시리라. * ... 죽음은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삶에 꼭 달라.. 더보기
휴먼스테인 1(/2) _ 필립로스 _ 문학동네 _ 양장본 2판1쇄 삶은 어렵다. 지금 내 나이대 사람들 또한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삶이 아닌 생활의 영역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생활또한 넓게 보면 삶의 범주에 속하는 바 완전히 분리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서 고찰의 영역이 생활에서 삶으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된다. 고작 두권째 읽는 작가의 책이지만, 노년의 삶을 연소하는데 있어 어떠한 감정들이 오고갈지에 대한 상상을 하게된다. 몇가지 경험, 약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삶을 살아가는 인식과 죽음을 끌어당기는 인식이 겹쳐지는 즈음을 느낄 기회가 있게된다. 어쩌면 이 책을 읽은 후 그 순간을 접할 경우도 있을 것이며 그 순간을 어떻게든 흘려보내거나 소화한 후 이 책을 읽게 되며 곰씹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경우이든 그 기억.. 더보기
좀비 _ 조이스 캐럴 오츠 _ 포레 _ 초판 6쇄 음... ... ...영화감독이 왜 추천했는지 알수있을, 매우 흥미로운 소설이라고 할수있겠다. 어느 구절을 떼어다 쓰기에는 매우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어휘가 낭자하여 차마 쓸수는 없겠으나 p.221 뼈는 물에뜰까? 그렇다 해도 살이 붙어 있지 않으면 뼈들은 흩어진다. 그래서 서로를 잃게 되면 거기에 어떤 정체성이 있을까. 그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라는 구절과 종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좀비와 영면에 드는 것을 원하는 듯한 묘사는 정신분열 연쇄살인마라고해도 자아에대한 원초적인 위안과 실존적인 고민을 한다고 말해주고있는듯도 하다. 작업의 부산물을 수집하는 행위 또한 그들의 일부를 곁에둠으로서 트로피적인 자부심과 함께한다는 위안을 동시에 얻는것이 아닐까한다. 일생의 역작을 종전작과 같은 형태와 분노로 처리하는 .. 더보기
희랍어 시간 _ 한 강 _ 문학동네 1판3쇄 p 8. 어느 곳에서건 사진은 찍지 않았다. 풍경들은 오직 내 눈동자 속에만 기록되었다. 어짜피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소리와 냄새와 감촉 들은 귀와 코와 얼굴과 손에 낱낱이 새겨졌다. 아직 세계와 나 사이에 칼이 없었으니, 그것으로 그때엔 충분했다. p 14. ... 그중 그녀가 가장 아꼈던 것은 '숲'이었다. 옛날의 탑을 닮은 조형적인 글자였다. ㅍ은 기단, ㅜ는 탑신, ㅅ은 탑의 상단. ㅅ- ㅜ - ㅍ이라고 발음할 때 먼저 입술이 오므라들고, 그 다음으로 바람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새어나오는 느낌을 그녀는 좋아했다. 그리고는 닫히는 입술. 침묵으로 완성되는 말. 발음과 뜻, 형상이 모두 정적에 둘러싸인 그 단에 이끌려 그녀는 썼다. 숲. 숲. p 23. 눈물이 흘렀던 길에 지도를 그려뒀더라면. 말이.. 더보기
에브리맨(Everyman)_필립로스_문학동네_1판7쇄 너무 깊히 남아 남길말이 아연하다. 이책은 선물하지 않고 몇 살 더먹은 뒤 다시 보리라. p.63 "노동자들이 다이아몬드를 사는 건 큰일이야." 그는 두 아들에게 말했다. "아무리 작은 거라도 말이야. 마누라는 아름다워 보이려고 그걸 낄 수도 있고, 품위가 있어 보이려고 그걸 낄 수도 있어. 어쨌든 자기 마누라가 그걸 끼고 있으면 그 남편은 단순한 배관공이 아닌거지. 다이아몬드를 손에 낀 마누라를 둔 남자가 되는거야. 그의 마누라는 썩어 없어지지 않는 것을 소유한 거지. 다이아몬드란 건 그 아름다움과 품위와 가치를 넘어서서 무엇보다도 불멸이거든. 불멸의 흙 한 조각, 죽을 수 밖에 없는 초라한 인간이 그걸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다니!" p.67 그는 아버지가 세상에서 1센티미터씩 사라지는 것을 다 지켜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