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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쇼코의 미소 _ 최은영 _ 문학동네 _ 1판11쇄 책 선물을 할 일이 간혹있다. 오랫만에 만났다거나 한동안 못볼 것 같은 데 그 앞에 어떤 소소한 이벤트가 예상되어있을때 읽었던 책들중에 한권을 골라서 선물하곤 한다. 그런 책 선정에는 꼭 또 봐야만 하겠는 책을 제외한다는 일차적인 기준이 있다. 물론 좋지 않았던 책은 줄 생각도 안하지만 잘 좋게 읽고나서도 왠지 한번 더 읽지는 않을 것 같은 책이란 애매모호하고 자기위주의 기준이다. 절대 다시 읽을 것이기 때문에 선물하지 않을 책 중에 가장 최근의 것이 '소년이 온다' 였다. 그 사이 많은 좋은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또 한권을 만났다.소개받게 된 경로를 말하자면 빨간책방의 숏컷을 통하여 이름과 단편의 일부를 듣고 흥미가 솟아 검색해보았더니 표지가 참으로 좋았다. 참으로 헛헛한 것이 표현할 단어가 마땅치 .. 더보기
바깥은 여름 _ 김애란 _ 문학동네 _ 1판2쇄 나에게 김애란 작가의 '서른'은 대학이란 것을 졸업한 후에는 어쩌다 마주쳐야 한번 열어볼 정도로 띄엄 띄엄 마주치던 책이란 물건을 다시 곁으로 물고들어온 사냥개같은 소설이다. 아니, 키운적도 부른적도 없는데 다가와 툭 내밀어 심어놓았으니 고양이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어쩌면 순문학이라는 장르가 있다면 나에게 있어 찾아보는 작가 1호가 김애란 작가님이 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두권에 수록집하나 사놓고선 별스러운 찬사를 늘어놓고있지만, 어쨌든 '서른'이라는 소설은 나에게 그랬다. 모음집 눈먼자들의 국가 관련하여 작가님이 글을 쓰기전엔 다른 글을 쓸 수 없었다고 했었던 문장을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세월호 참사는 여러가지 질감의 표면으로 밀고들어와 한없는 질량감을 남기고 있다.. 더보기
아르테미스 _ 앤디 위어 _ RHK _ 양장 특별판 (이미지출처 : 알라딘)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렇겠지만, 특히 환상문학을 접할때는 그 이야기의 내부논리를 빠르게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애초에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않을 것을 이런 저런 근거를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줄기와 뿌리의 논리와 손잡으면 거기에서 부터 재미가 꽃피고 만족스러운 열매를 거둘수 있기 때문이다. SF또한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환상문학보다도 더 현실에 가깝고 보편적 과학적근거를 바탕으로 소재를 다듬기 때문에 더 쉽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면이 있겠다마는 '아르테미스' 처럼 그 배경이 지구를 벗어나버리면 오히려 작가의 '분명히 있을법한' 요소들이 안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느꼈다. 달의 표면이야 여러가지 교과과정과 영상자료를 통하여 익히 .. 더보기
유령 퇴장 _ 필립 로스 _ 문학동네 _ 초판1쇄 에브리맨으로 시작해서 몇권의 소설을 접했다. 정확하게 저자의 연혁을 찾아보지도 않았고 언제 어떤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였는지도 모르지만, 불의나 분노에 휘청휘청하는 나의 어린 모습을 한숨 가라앉히고 들여다보게 하는 어떤것이 그 안에서 흔들어 부른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어떤 사건으로 인해 도망치듯 세상에서 한발 물러나 육체적 쇄약과 더불어 여러가지 욕망을 정리했던 노작가가 사소한 계기하나로 물결을 즐기다 자신도 모르는 채 해일에 휩싸이는 이야기라고 할수 있겠다. 읽었던 몇 권의 소설에서 그랬듯이 이 책에서의 배경역시 미국이라는 국가의 어떤 순간 그자체를 담고 있기에 정치-사회적,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혹은 종속적으로 연속되어있는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저 등장인물이 사는 배경국가에 그치지않고 작금의 사회에 .. 더보기
종이달 _ 가쿠다 미쓰요 _ 위즈덤하우스 _ 초판1쇄 주섬주섬 담아놓은 책을 구입하는 차에 빨간책방 소개로 더 찔러넣은 책으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한 도드라진 여자와 그와 유사한 파편을 담고있는 주위사람들에 관한 350쪽 가량의 장편소설이다. 종이달이라는 제목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간혹 본문중에 묘사되는 위태로운 달의 모습일 수도 있겠으며, 진짜 달이 가지는 감정적인 면만을 복사한 가짜 달일수도 있다. 혹은 등장인물들이 전체적으로 가지고있는 금전적인 문제를 보자니 화폐라는 가치를 잃고 일탈의 도구로 폭주하는 종이돈으로 보이기도한다. 책 말미 옮긴이의 글 초반을보면 일본에서 종이달이라는 유행이 있었다고 하는데 내용은 직접 사서 읽어보시라. 시작부터 횡령사건은 이미 터져있는 상황이며, 리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녀가 직접 겪은 이야기와 함께.. 더보기
스토너 _ 존 윌리엄스 _ 알에이치코리아 _ 초판3쇄 최근에 비소설 몇권을 읽다 놓다 하면서 지지부진 시간을 보내다. 빨간책방에서 스토너를 다룬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들었다. 소설리스트(http://sosullist.com)에서 보고 지난달에 구입하여 책꽂이에 방치하고는 잠시 잊고있었는데 모처럼 맞이한 빨간책방 예습의 기회를 놓칠수 없어 한주 빨책을 쉬고 일단 스토너를 골라들었다. 결국 타고난 게으름에 두 주나 걸리게 되었다. 더디게 읽어나갔지만 읽는 순간만큼은 놀랍고 황홀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농가의 아이로 자란 그가 학문의 열병에 취해 급속히 변해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쉴새없이 굴러가지만 사실 사건 하나하나를 놓고보면 학자로서의 열정, 순간에 빠져드는 사랑, 전쟁과 친구, 정신없는 결혼, 동료로부터의 질투와 시기, 원만하지 않은 결혼과 육아, 도피와.. 더보기
뿔_조 힐_비채_초판1쇄 바뀐 핸드폰덕에, 또한 중요하기때문이었겠지만 반복 설명되는 한가지 사건에 대한 지루함에 한번 놓았다가, 다시 잡고난 후 여차저차 그 부분을 지나고 나니 일사천리로 읽어내려가 마지막 두챕터를 단숨에 끝내버렸다. 다 읽고나니 서문에서 옮긴이의 말까지 500페이지를 살짝 넘긴 두께감이 있는 소설이었지만, 지난 영원의 아이처럼 힘들게 읽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는다. '뿔'이란 것에대한 초반의 흥미로운 묘사과 사건들이 지나자마자 소설은 급격하게 분위기를 바꾸는데, 앞으로 등장할, 혹은 조금전에 단편적으로 다루었던 그리고 추후에 중요하게 다루어질 인물과 사건에 대하여 과거의 일방향적 기억을 나열하는 부분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마치 '뿔'에 대한 기억이 잊혀지기를 바라는 듯 책의 절반가량의 분량을 들여 과거를 헤매이게 .. 더보기
소년이 온다 _ 한강 _ 창작과비평사 _ 초판 11쇄 작년 겨울 "뿔"이라는 소설을 읽다 핸드폰을 바꾸었다. 큰놈으로. (이하 상상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시간이 제법 지나 이제 새로운 그것에 대한 열기가 슬며시 가라앉고 보니 이제는 새책을 사고 싶어져서 몇권을 골랐다. 한강 작가의 책은 일전에 희랍어시간을 읽어본 것이 전부인데, 당시 피곤한 틈에 읽어서인지 문체에 휩쓸려 허우적거린 힘든 기억이 있어 이 책을 고를까 말까 몇개월을 고민하다 결국엔 골라들었다. 이사할 집에 "뿔"도 가져다 놓아버린 터라 산것 중에 한권을 집어들고 퇴근길에 나서던 중, 기다릴 일이 생겨 자주가던 카페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그것이 어제다. 그자리에서 절반을 넘기고, 아침에 남은 반을 다 삼켰다. 어지러움에 에필로그는 점심시간까지 미루어 두었다가 마침 다 읽은 참이다. 챕터하나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