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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소설

영원의 아이 (하) _ 덴도 아라타 _ 북스피어 _ 초판2쇄 제법 오래 읽었다. 한달 반 정도 걸린 듯한데, 체감상으로는 몇 달은 읽은 느낌이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취미와 흥미거리에 빠져 외도한 까닭이 가장 크겠지만 몇가지 핑계를 대보려고 한다. 첫째로 책이 무겁다. 매우 개인적인 이유임을 다시한번 밝히지만, 분량도 제법인데다가 양장인 탓에 대중교통 속에서 편하게 꺼내 읽기가 녹녹치 않았다. 자기 손으로 사놓고 무슨 소리인지 자가당착이 따로없지만 최근의 여러가지 개인적인 피로감과 책 내용, 현실적인 무게감이 그렇게 다가왔다고 푸념해본다. 둘째로는 구성의 탓을 들어본다. 한 꼭지 한 꼭지가 현재와 과거를 한번씩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데, 현실의 사건의 원인을 알려줄것만 같은 과거의 시간과 어린 시절 속에서 성장한 후에도 남아있는 비틀림을 찾아보도.. 더보기
영원의 아이 (상) _ 덴도 아라타 _ 북스피어 _ 초판 2쇄 일단 두께가 상당하다. 집에서 자리잡고 읽기보다는 오가거나 카페에서 주로 읽는 나에게 작은 판형이지만 권당 700페이지에 가까운 무게감은 생각보다 거대한 것이어서, 함께 구입한 책들 중 구입시기를 상당히 지나서 집어든 책이 되었다. 겉 표지도 만족스럽지만 껍질을 벗겨내고 난 양장내피가 더욱 볼만하다. 반투명 표지였으면 더욱 좋았을듯 싶다. 은교의 보라인지 자주인지 모를 노린듯한 요상스런 색상에 비해 상하권 컬러톤도 마음에 들고 여튼 훌륭하다. (김홍민 대표님 책하고 놀자 잘듣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라고하기에는 소재자체가 가지는 무게감이 있기에 사회고발적인 느낌으로서 먼저 다가온다. 아이들이 느끼는 무게감이 무뎌지지 않은 감성속에서 폭발하는 모양새가 구슬프기 그지없다. 상권은 전반적으로 세사람의 주인공과 .. 더보기
은교 _ 박범신 _ 문학동네 _ 1판 18쇄 약간의 에로티시즘에 대한 생경함을 지내보내고 나면, 근간에 읽은 것중 가장 깊게 남은 애브리맨과 철학자와 늑대에서 주워담았던 단상을 또다시 마주하게 된다. 나이드는 것과 깊어짐은 대채로 별개의 일이며 어림은 순진함일지언정 순수함은 아니리라는 막연한 상상. 평생을 치열하게 보낸 노년에도 이어지는 폭풍과 나뭇잎 흔드는 바람에 쓰러지는 거목을 구경하시라. '야함'에 대한 막연한 데면함을 주워넘긴다면 매끄럽게 오르내리며 부서지는 욕심을 지켜보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것이다. 결국 나도 태어나, 살다, 죽을 것이기에. 당신과 같이. 다만 같은 사건에 대한 세 화자의 반복된 서술은 1Q84의 지지부진함을 떠올리는 면도있어 속도감을 저해하는 느낌도 든다. 지상의 노래도 비슷한 형식이거니와 같은 대상을 두고 장소와 속력.. 더보기
비행운 _ 김애란 _ 문학과지성사 _ 초판 3쇄 사는 게 이딴 거라고 말해주던 필립로스의 울분을 건너 가볍게 지나보낼 요량으로 집어든 소설집에서 판타지를 건너 삶속으로 진득하게 파고드는 내시경 하나를 건져, 고개를 돌린채로 내 안을 바라보게 된다. 차마 옴겨적기가 민망할 정도로 정확하게 나의 일부(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은)를 표현해주는 문장이 목구멍에 걸려 속이 쓰리다. 지하철에서 UMC와 이선희씨의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었는데 그 너머로 무얼 팔고 싶은지도 제대로 알수없도록 쉬어버린 갈린 목소리로 타월을 홍보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서른으로 이책을 마친 나에게 미묘하게 현실감을 앗아간다. 단편집은 마음에 드는 단편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라지만 비행운은 굳이 순서대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영화같은 앞편들을 지나 일기같은 마지막을 덮고 나면 가슴이 아.. 더보기
울분 _ 필립로스 _ 문학동네 _ 1판3쇄 도대체 무슨 죄가 있길래 우리는, 그들은 이렇게 혹은 그렇게 고통받아야 하나? 왜 이렇게 인생은 열심히 살려고 해도 꼬이고 부서지는 건가?삶은 과연 얼마나 장엄한 것이기에 고민으로도 용기로 내딛어도 걸려넘어지기만 하는가? 작가는 이전 몇권의 저작과 같이 어떤 이의 삶을 사소한 계기를 이용하여 꼬이게하고 돌아가게하며 끝내는 부순다. 그럼에도 그 안에는 시대상이 있고 읽는 이의 모습이 있기에 더욱 실감나고 그만큼 가슴아프게 한다. 문장이, 또 대사가 능수능란하게 머리속을 휘감아 정신을 못차리게하고는 귀를 잡아채고 달려나간다. 어느새 슬프고 어느새 한심하고 어느새 부서져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책을 덮노라면, 어느 책에서 였나 작가가 들려주던 인생의 격언, 남자는 아랫도리 간수가 핵심이라는 말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더보기
지상의 노래 _ 이승우 _ 민음사 _ 1판 7쇄 동어반복을 수없이 반복하지만 문장이 경쾌하고, 덕분에 지루해지지 않는 느낌으로 쭉 내달렸다. 어쩌면 그러한 문장의 구조 또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성을 내포하고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몇 페이지만 익숙해지면 이후는 일사천리. 성서속으로부터 겹쳐진 이야기들이 필요이상으로 친절한 문장들속에서 자기복제를 거듭하며 자라간다. 이야기의 무대는 넓은 듯하지만 집중적이기에 혼란스럽지 않으며 종교관. 시대상, 자기연민, 자책과 사건이 어우러지지만 층층히 포개진 전개속에서 잘 자리잡은 느낌이다. 소재와 인물이 많으나 너무도 절묘하게 포개져있기에 조금만 줄거리를 적어도 쉬이 헤살을 놓을 수있기에 언급하기 어렵지만, 문외한의 눈에도 꽉 짜여진, 찰진 문장의 맛속에서 속도감있게 쉬이 읽히는 좋은 소설임에 틀림없다. p.2.. 더보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_ 밀란쿤데라 _ 민음사 _ 2판 24쇄 어떠한 인물 혹은 주체를 가리켜 '존재'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추상적이고 의미를 직시하지 않고 그저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수사로 보여 매우 저어하는 표현중의 하나이다. 그 존재중에 선택된 두쌍의 남녀가 유사하지만 다른 인생속에서 반복하고 고민하고 아파하고 살아간다. 이성에게, 스스로에게, 허상에, 감정에 이끌려 선택을 했다고 착각하며 이끌려가는 모습들이 되풀이된다. 다만 이 소설에서는 두쌍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지만, 시대속에서 혹은 상황속에서 수 많은 토마시가, 테레자가 있었고 비슷한 모습으로 우리는 반복하고 있을것이다. 챕터는 짤막하게 나뉘어져 읽기 어렵지 않았고 전체의 얼개도 서문에서 이미 알려주었지만 생각보다 이 소설은 그리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간은? 이라 생각할때마다 손이 .. 더보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_ 줄리언 반스 _ 다산북스 _ 1판 17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저자줄리언 반스 지음출판사다산책방 | 2012-03-26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2011 영연방 최고의 문학상 맨부커상 수상작!2011 영연방 ... 평범한 인생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수많은 수단들이 있다. 일상은 소중한 것이며, 어떠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상을 떠나, 평범하다라는 미묘하고 의미하려는 바와는 다르게 변화무쌍한 단어를 삶에 적용했을 때 그것은 비교의 기준이 되어 오히려 괴로움의 단초가 되기도 할 것이다. 크게 두 장으로 나뉘어진 본문 자체는 빠르고 쉽게 읽힌다. 여러가지 사건과 기억을 반추하는 자극과도 같은 장면들이 파편적으로 뿌려져있는 1장을 지나면, 마치 앨범을 쭉 넘겨보고 돌아서면 그 앨범속의 .. 더보기